중국에 권력 비판 신문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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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중국 신문업계에 파란이 일고 있다. '권력에 대한 견제'를 창간 취지로 내건 신문이 탄생한 것이다. 1949년 중국 건국 이래 처음으로 권력을 견제하겠다고 나선 신문은 '신경보(新京報)'다.

38세의 젊은 편집인인 청이중(程益中)은 창립 대회에서 "신경보가 중국 개혁개방의 진전 여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신경보는 중요 기사의 단서를 제공하는 시민에게 1만위안(약 1백50만원)의 사례금까지 주기로 했다. 보통의 기사 제보자에게도 1백위안을 지급한다. 이 같은 제보자에 대한 포상은 중국 언론 사상 처음이다.

신경보는 지난 11일 35만부의 창간호가 그날 오전으로 매진돼 추가로 20만부를 찍어야 했다. 또 당일 광고액도 3백만위안에 달해 업계의 예상을 초과했다. 신경보에 쏠리는 관심은 이 신문의 배경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민일보(人民日報)와 함께 당 중앙의 양대 직속 신문인 광명일보(光明日報)와 광둥(廣東)성의 남방도시보(南方都市報)가 공동 창간한 신문이기 때문이다.

광명일보는 중국의 지식계를 대표하는 신문. 여기에 바른 말 잘하고 마케팅 능력이 뛰어난 남방도시보가 가세했다. 즉 북방의 권위와 남방의 경영이 합쳐져 중국 신문의 남북 협력 시대를 낳았다는 평가다. 신경보는 무려 1천2백명에 이르는 제작진을 활용, 1년 안에 베이징(北京) 최대 판매부수의 신문이란 타이틀을 거머쥐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유보적 시각도 적지 않다. 인민대학의 위궈밍(喩國明)교수는 "북방의 정치.문화 심리가 남방과는 큰 차이가 있다"며 회의적이다. 그러나 베이징 신문업계에 비상이 걸린 것은 불문가지. 인민일보 산하의 경화시보(京華時報)가 신경보 창간 이튿날부터 구독자에게 볼펜 한 자루를 선물하는 사은 행사를 벌였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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