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잉글랜드 2003 럭비월드컵 결승서 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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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럭비월드컵의 패권은 2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개최국 호주와 럭비 종주국의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잉글랜드의 대결로 압축됐다.

1999년 제4회 대회 챔피언인 세계랭킹 3위 호주는 15일(한국시간)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벌어진 준결승에서 인사이드 센터 앨턴 플래틀리가 5개의 페널티킥과 1개의 컨버전킥,스털링 모트럭이 트라이 1개를 터뜨리고 강력한 수비로 세계랭킹 2위 뉴질랜드의 조직력을 무너뜨리는데 성공해 22-10으로 완승했다.

또 세계랭킹 1위 잉글랜드는 16일 시드니의 텔스트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준결승에서 슈퍼스타 조니 윌킨슨이 5개의 페널티골,3개의 드롭골을 작렬시켜 팀 득점의 전부를 혼자 해치우는 맹활약을 펼친 데 힘입어 난적 프랑스(세계랭킹 5위)의 도전을 24-7로 일축하고 결승 고지를 밟았다.

호주와 잉글랜드의 결승전은 오는 22일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벌어진다.

호주와 뉴질랜드의 대결은 세계가 지켜본 이번 대회 최고의 빅카드였다.럭비월드컵 사상 최다기록인 8만2천4백44명의 관중이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를 가득 채웠다.이 한판은 도박사들이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았던 뉴질랜드로서는 악몽이었고 호주에게는 기적이었다.

홈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은 월러비(호주 럭비대표팀의 애칭이자 상징인 특산 동물)는 시작부터 끝까지 올블랙(뉴질랜드 럭비대표팀의 애칭)을 딛고 앞서 달렸다. 호주는 경기 시작 3분만에 라컴이 드롭골을 날려 뉴질랜드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빗나가기는 했지만 경기의 분위기는 일순 호주로 기울었다.

럭비에서 경기 진행중에 볼을 차 H자 모양의 골대 가로대를 넘기는 드롭골과 상대팀의 파울로 얻어 땅에 놓고 차는 페널티킥은 3점,트라이를 성공시킨 후 차는 컨버전킥은 2점,트라이는 5점을 준다.

전반 11분,라컴의 드롭골에 기분이 상한 뉴질랜드를 모트럭이 메가톤급 트라이로 강타했다.뉴질랜드 백스(날개)의 리더이자 팀의 정신적인 지주이며 키플레이어인 플라이하프 카를로스 스펜서가 치명적인 볼 핸들링 실책을 저지르자 모트럭이 볼을 가로채 80여m나 질주한 끝에 트라이에 성공한 것이다.럭비월드컵사에 길이 남을 현란한 질주였다.

이 한방의 의미는 컸다.스펜서의 움직임이 위축됐고 호주는 포워드진에서 백스로 넘어가는 뉴질랜드의 볼흐름을 압박할 수 있었다.

뉴질랜드는 전반 종료 직전 루벤 톤의 트라이로 7-13으로 따라붙은 채 후반을 맞아 역전의 기대에 부풀었다.뉴질랜드의 후반 공세는 광풍이 몰아치는 듯 에너지로 가득했다.그러나 호주는 조직적인 수비로 뉴질랜드 공격의 맥을 끊어 승리를 지켰다.

스펜서와 명콤비를 이루는 '뉴질랜드 백스의 자랑' 타나 우마가가 이날도 출전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뉴질랜드 팬들은 "부상은 회복했으나 최근 경기를 뛴 경험이없다"는 이유로 우마가를 기용하지 않은 존 미첼 감독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호주의 주장 조지 그래건은 "세계 최강의 팀인 뉴질랜드를 꺾다니 꿈만같다.호주의 팀워크가 이룩한 자랑스런 승리"라며 감격했다.뉴질랜드의 톤은 "호주의 영웅적인 수비가 승부를 결정했다.우리는 호주의 압박에 밀려 조직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다.라이벌전에서 패해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비통해 했다.

잉글랜드-프랑스전은 강한 비바람 속에서 펼쳐진 '킥의 컨테스트'였다.경기장은 미끄럼판 같았으며 조직력을 살린 정교한 지역 돌파보다는 킥과 러시로 모든것을 결판내는 원초적인 싸움이었다. 이러한 유형의 싸움에 누구보다도 자신만만한 잉글랜드가 물러설 리 없었다.모든 것은 세계 최고의 플라이 하프 윌킨슨의 발끝에서 시작됐고 마무리됐다.

호주와 잉글랜드의 결승 맞대결은 영국(4개 유니언)과 아일랜드,프랑스가 공동 개최한 지난 91년 대회에 이어 럭비월드컵 사상 두번째다.당시 호주는 격전 끝에 잉글랜드에 12-6으로 승리,우승컵을 차지했다.장소는 잉글랜드의 트위크넘이었다.

허진석 기자

◇준결승전

호주 13 9 22

뉴질랜드 7 3 10

잉글랜드 12 12 24

프랑스 7 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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