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간판으론 한계” 자폭성 시위/민자 호남위원장들 왜 사퇴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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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양김구도 아래선 당선가능성 전무”
민자당의 호남지구당위원장들이 사퇴소동을 벌여 당내외에 적잖은 파문을 낳고 있다.
전북위원장들이 지난달 29일 광역의회선거 참패에 따른 책임으로 위원장직 일괄 사퇴선언을 한데이어 광주·전남출신 위원장 상당수도 동반사퇴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사퇴움직임은 표면적으로는 선거패배에 따른 자책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저변에는 지역감정 대립구도로 치닫는 현 정국국도상 자신들의 당선가능성이 전무하다는 절망감의 표시이자 지역감정을 발판으로 대권에 도전하려는 양김씨에 대한 한맺힌 불만이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은 잇따른 선거결과 호남에서는 더이상 여당간판을 내걸고 정치활동을 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이르렀다고 느끼고 있다.
한편 선거참패로 당장 후원회를 통한 정치자금 조달도 불가능해졌고 지구당 부위원장등 기존 당료들까지도 선거 참패후 사퇴의사를 표명하는등 13대총선 참패이후 그나마 유지해오던 조직마저 붕괴위기에 처했다고 털어놓고 있다.
전북지구당위원장들이 사퇴성명을 통해 『영·호남의 지역감정이 이번 광역선거에서 호남대 비호남의 갈등구조로 반영됐다』고 주장,두김씨의 호남대 비호남을 축으로한 대권구도가 존속하는한 민자당의 호남존립은 불가능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때문에 호남출신위원장들은 이같은 정치풍토의 개선을 위해서는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광주·전남위원장들은 대선거구)로 전환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하면 자신들의 정치생명과 직결돼 있는 선거구제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중앙당은 『호남위원장들의 고충과 심경을 헤아리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현재로선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니냐』며 일단 당지도부가 이들 위원장들을 설득하고 사퇴서는 반려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앙당측은 특히 현재 당내에 설치된 선거법 개정소위에서 호남의 특수성을 감안,지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근본적인 개선책은 두김씨의 대결구도 지양을 통한 지역적 분열현상이 극복돼야만 가능한 것이나 돌발적 변수가 없는한 현재의 정치구도가 당분간 존속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호남출신 위원장들의 집단사퇴는 「울분을 토로하는 자폭성 시위」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것이 여권내의 지배적인 관측이다.<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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