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미 스탠퍼드대 연설 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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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 세기에 들어와 숱한 전쟁의 처참한 비극,그리고 혁명과 투쟁속에 온갖 고통을 겪어온 인류는 이제 비로소 평화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안고 새로운 세기를 맞으려 하고 있습니다.
21세기를 앞두고 인류는 지금 새로운 혁명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대립과 유혈의 혁명이 아니라 평화를 가져오는 혁명입니다. 지난 두 세대를 지배해온 세계질서에 관한 고정관념이 그 근거를 잃어버리는데 불과 2∼3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제 인간의 존엄성과 다원적 민주주의는 인류보편의 가치가 되고 있습니다. 이제 창의와 개방에 바탕한 시장경제체제를 통하지 않는 인간의 행복과 번영은 생각할 수도,실현할 수도 없습니다. 누구도 이 물결을 되돌려 놓을 수도,거역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초강대국들은 보다 나은 미래를 창조하려는 노력으로 대결로부터 협력으로 그 관계를 전환하고 있습니다. 미소간의 군축협상은 평화의 가능성이 현실화되는 것을 확인시켜주고,걸프전으로 법의 지배가 국제사회에서 실현됐습니다.
이제 세계는 혁명과 전쟁의 시대를 마감하고,분명히 평화로운 하나의 공동체를 향해 전진하고 있습니다.
유럽은 「한 지붕 속의 유럽」을 이루었습니다.
미래의 세기는 새로운 태평양에 의해 그 운명이 좌우될 것입니다. 교통·통신의 발달과 정보화시대의 도래로 태평양은 이제 「교류와 협력의 바다」가 되고 있습니다.
APEC에 참가하고 있는 12개 국가에서만 유럽공동체의 두배가 넘는 세계총생산의 50%가 창출되고 세계교역의 40%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80년대만 해도 이 지역경제는 연평균 5%수준으로 성장해 유럽공동체의 2%수준을 훨씬 앞지르고 있습니다.
소련·중국은 물론 몽골·베트남·북한에 이르는 사회주의경제국가들은 번영을 구가하는 태평양국가와의 교역,경제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등 냉전시대의 관계를 재조정하는 활발한 움직임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태평양이 이지역 모든 국민과 인류에게 평화와 번영의 축복을 더해줄 협력의 틀을 설계하고 이를 구체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새로운 세기의 세계를 눈앞에 보며 나는 태평양시대를 향한 협력이 다음과 같은 네가지 큰 방향으로 진전되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아·태지역에도 냉전체제의 대결을 종식하고 안정의 확고한 기틀을 마련해야 합니다.
소련과 중국의 개방과 개혁의 성공여부는 이 지역의 안정과 평화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입니다.
미국과 일본… 이지역의 모든 국가들은 이들 나라의 새로운 선택과 발전을 적극적으로 도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나아가게 하고 이들이 우리와 협력하는 장으로 나오게 해야합니다. 이 지역 안정을 위해서는 미국의 주도적 역할이 지속돼야 합니다.
둘째,아­태의 번영이 개방을 통한 교역과 경제협력의 증대를 통해 지속되도록 해야 합니다. 자유무역을 통한 공동번영의 기조위에서 무역마찰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적극적인 협조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셋째,민족과 문화는 물론 경제구조와 발전단계가 서로 다른 이 지역 국가의 다양성을 조화하고 융합하는 협력을 촉진해 나가야 합니다.
넷째,이제는 아­태의 공동체의식을 바탕으로 이 모든것을 이룰 수 있는 협력의 틀을 진전시켜나가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APEC가 이 지역의 공동번영을 실현하는 훌륭한 모체로 발전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한국은 가진 나라와 못가진 나라,즉 남북의 갈등,이념과 체제의 동서갈등,인간의 존엄성과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와 세계를 이루기 위한 시련 등에 해답을 주는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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