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무 」의 거리로 만들 생각"-명동파출소장 박만식 경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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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하루 50만명 이상이 왕래하는 서울의 심장, 아니 대한민국의 중심 아닙니까. 어려움도 많지만 보람과 긍지를 갖고 열심히 근무하고 있습니다.』
서울 명동파출소장 박만식 경위(51)는 이달로 취임 8개월째.
지난해 11월3일 부임한 뒤 네 차례나 파출소셔터와 간판이 시위대에 의해 부서졌다는 박 소장은 『밖에서 돌과 화염병이 날고 있는 가운데 셔터를 내리고 파출소 내에 앉아 있노라면 경찰직에 회의마저 느꼈지만 이제는 질서가 잡히고 낭만이 흐르는 옛날의 명성과 영광을 되찾아 가는 과정에 들어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처음 부임했을땐 소매치기가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는 그는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명동의 특성상 소매치기가 들끓어 1주일이면 3∼4건이 발생했는데 꾸준히 방범순찰, 소탕작전을 편 결과 요즘은 현저히 줄어 한달에 2∼3건밖에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올해로 경찰투신 24년째를 맞는 박 소장은 부평경찰전문학교를 졸업한뒤 청와대 경호근무를 거쳐 서울시경정보과에서만 9년을 근무한 정보통으로 일선지휘관 근무는 이번이 처음.
그동안 가장 어려웠던 일은 시위·농성이 잇따르는데 따른 관내 상인들의 불만해소.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부상사가 안돼 생계위협을 받고있는데 수배자를 빨려 잡지 않고 뭐하느냐』고 다그칠 때는 야속한 심정까지 들더라고 했다.
87년 6월 항쟁이 6·29로 일단락된뒤 「최루탄 없는 거리」를 원하는 상인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한 박 소장은 「대책회의」측의 명동성당 점거농성이 일단락 돼 「시국치안」에서 「민생치안」의 본 업무로 돌아서 『한시름 놓았다』고 밝은 표정을 지었다.
간혹 『서울 시내에서 가장 물 좋은(?)파출소 아니냐』는 동료들의 질시인지 비아냥거림인지 모를 이야기를 들을 때면 『방독면 벗고 10분만 버텨 보라』고 응수한다고 했다.
유도3단에 만능스포츠맨인 박 소장은 「평화의 거리」로 선포된 명동을 말 그대로 최루탄과 화염병 없는, 그리고 치안질서가 가장 잘 잡힌 거리로 만들어 놓고 떠나고 싶다고 다짐한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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