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기념공연 여는 연극배우 김금지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사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무슨무슨 기념이에요. 뭘 그리 나서서 요란을 떠나 싶거든요. 사실 이번에도 지원금을 받느라 어쩔 수 없이 넣은 타이틀이에요. 포스터에는 '40주년'이라는 단어 자체를 빼려고 해요."

연극배우 김금지(金錦枝.61)씨가 올해로 연기 인생 40주년을 맞았다. 金씨는 국립극단 연기연수생 1기 출신으로 이제까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타이피스트' 등 굵직한 작품의 타이틀 롤을 두루 맡은 대표적인 주연급 중진 여배우다. 지난 3월까지 연극배우협회 회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의 연기인생 4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는 다음달 3~21일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공연하는'선셋대로'. 빌리 와일더 감독의 영화로 유명한 원작을 金씨의 이름을 건 극단 김금지에서 연극으로 선보인다. 이번 작품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무성 영화배우 노마가 젊은 시절의 영화에 집착한 나머지 몰락하는 과정을 그렸다. 金씨는 '노마'로 출연한다.

그는 "처음 비중있는 역을 맡아 관객들에게 부끄럽지 않았던 작품은 국립극단 1기 동인들이 주축이 돼 만든 동인극장의 1963년작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라고 회고했다.

"당시만 해도 지금보다 위계질서가 훨씬 엄격했거든요. 신인이 바로 주연이 되는 일은 상상도 못했지요. 국립극단에서는 백성희 선생님이 주연 배우로 활동하셨고 그 자리를 나옥주씨가 물려받았지요. 나씨가 TV로 가면서 그 바통을 제가 물려받았으니 얼마나 감회가 깊었겠어요. 이후에는 하고 싶은 연극의 주연은 다 해본 것 같아요."

곧은 말을 많이 해 '미스터 바른말''미스터 쓴소리'라는 별칭을 얻게 된 조순형(趙舜衡.68) 국회의원이 그의 남편이다. 金씨가 남편을 만난 것은 63년께다.

"당시 남편이 사진작가 주명덕씨에게 사진을 배우고 있었어요. 주선생님이 남편의 서울 수유동 집에서 제 사진을 인화했대요. 남편이 제 모습을 보고 반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남편은 사업에 실패하고 쉬고 있을 때였는데 매일 저를 보러 찾아왔어요."

자신이 무대에 서는 것을 보면 가슴이 떨려 공연을 많이 보지는 않지만, 보기만 하면 잘한다고 칭찬한다는 趙의원의 근황을 슬쩍 묻자 "아무래도 오는 28일에 있을 당대표 경선에 출마할 것 같은데 될 것 같아 걱정"이라며 웃었다. 문의 02-747-4188.

[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