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밑천 없어도 OK…인터넷 '정보 장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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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보가 돈인 시대다. 취미 등을 통해 쌓은 지식을 바탕으로 인터넷 '지식.정보 거래 장터'를 활용해 돈을 버는 네티즌들이 많다. 지식 거래 장터란 정보를 올려놓으면 필요한 사람이 받아가며 돈을 내는 사이트다.

보통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물건을 사고 파는데, 이곳에서는 물건 대신 지식과 정보를 사고 파는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려면 제품을 제조업자에게서 사다가 팔아야 해 밑천이 필요하지만, 지식 거래에는 이 같은 자본이 필요없는 것이 특징이다.

회사원 서동신(30)씨는 가요를 좋아한다.음악에 흠뻑 빠져 1990년대 중반에는 나이트클럽 DJ 생활도 했다.

올 초부터 그는 취미를 살려 일종의 부업을 시작했다. 인터넷 지식.정보 거래 장터인 인포마스터(www.infomaster.co.kr)에 '신스리믹스'라는 코너를 열고,'사운드 포지'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MP3 음악 파일을 편곡(리믹스)하는 방법을 강의한다. 어떻게 하면 트로트 노래의 박자와 반주 등을 변화시켜 최신 힙합 분위기로 바꿀 수 있는지 하는 것 등이다.

서씨는 자신이 직접 리믹스 방법을 강의한 동영상들을 올려놓았다. 신스리믹스의 유료 회원이 되면 이를 내려받기 할 수 있다. 1만원을 내고 3개월 동안 자료를 무제한 이용하는 방식이다. 현재 서씨의 코너에는 가요 리믹스에 관심이 있는 1천6백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서씨는 "취미로 쌓은 지식을 남들에게 알려주면서 동시에 쏠쏠한 수입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지식 장터로는 인포마스터와 해피캠퍼스(www.happycampus.com)가 대표적이다. 인포마스터에서 마술 강좌 코너를 열고 있는 최인모(해양대 해상수송과학부1)씨는 "인터넷 지식 장터는 정보를 찾는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기 때문에 개인이 따로 홈페이지를 운영할 때보다 방문자 수가 훨씬 많아 소득도 높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유료.무료 회원 7천여명을 거느리고 있다.

지식장터에 올린 것이 내려받기 돼 생긴 수익은 자료를 올려놓은 사람과 사이트를 운영하는 측이 일정 비율씩 나눠 갖는다. 인포마스터는 정보 제공자가 약 65%를 갖고 해피캠퍼스는 40%를 갖는다.

해피캠퍼스는 대신 야후(www.yahoo.co.kr)와 엠파스(www.empas.com)의 지식 검색 코너에서도 해피캠퍼스의 자료를 찾아 볼 수 있도록 한 것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대형 포털과 연계돼 있어 그만큼 방문자 확보가 유리하다는 것이다.

음악 리믹스나 마술처럼 특별한 기술뿐 아니라 대학생이 쓴 리포트 등도 수입원이 된다. 다른 대학생들이 비슷한 내용의 리포트를 준비하며 참고자료용으로 내려받기 하는 것. 김형순(강원대 경영학과4)씨는 해피캠퍼스에 리포트 등을 올려 월 40만~50만원을 번다.

김씨는 "이라크 파병.부동산 대책 등 뜨거운 이슈가 생기면,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분석한 신문기사들을 통합 정리해 올리기도 한다"며 "기업에서 전략을 세우는데 내 자료가 도움이 됐다는 연락을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자료는 내려받기당 1천~2천원이다. 김원정(여.대구과학대 간호학과 3)씨는 리포트 자료를 인터넷에서 찾다가 지식거래 장터가 있음을 알고 자신도 해피캠퍼스에 리포트 등 각종 자료를 올리기 시작했다. 김씨는 "직접 디자인한 리포트용 표지들이 꽤 인기여서 한달 평균 40만원 정도를 번다"고 말했다.

지식거래장터는 내려받기당 가격이나 유료 회원의 회비를 1만원 이내에서 정보 제공자가 스스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해피캠퍼스 측은 이에 더해 자료가 인기를 끌면 자동으로 값이 올라가고, 내려받기 실적이 거의 없으면 자동으로 값이 떨어지도록 해 놓았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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