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비권 강씨에게 불리할수도/검찰 대응방안과 수사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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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심문 응하며 불리할때만 입 다물어야/양심내세워 판결 불복땐 시비 여지만
전민련 총무부장 강기훈씨(27)가 구속 첫날인 24일 오후부터 검찰조사에서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며 묵비권을 행사,김기설씨 분신자살사건수사가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당초 강씨가 자신의 혐의사실을 적극 부인할 것으로 예상했던 검찰은 새로운 대응방침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검찰의 새로운 수사계획은 우선 강씨에게 묵비권 행사가 반드시 강씨 자신에게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설득,진술을 받아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강씨가 계속 묵비권을 행사할 경우에는 질문만 있고 답변이 없는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필적 감정결과와 참고인 진술등을 근거로 강씨를 구속기소하겠다는 방침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피의자가 수사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은 법률상 보장된 권리의 하나』라면서도 『명동성당 농성기간중 갖가지 자료와 논리로 혐의사실을 부인해온 강씨가 이제와서 진술을 거부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강씨가 검찰수사에 묵비권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은 공개수사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는 의사표시로 보인다.
이는 결국 강씨가 기소된 뒤 공개된 법정에서 검찰과 대결,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겠다는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검찰은 강씨에 대한 수사를 실마리로 다른 전민련 관계자들의 분신 관련 여부까지 풀어내려 했던 수사계획이 자칫 강씨에게서부터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때문에 당혹스러운 표정.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강씨의 이같은 묵비권 행사가 강씨 자신에게 전적으로 유리한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즉 헌법(12조2항)과 형사소송법(200조)은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고 또 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이 경우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이라는 점이다.
강씨의 경우 85년 경찰에서 작성한 자신의 자술서와 유서가 동일필적임을 근거로 자신을 구속한 검찰수사가 잘못된 것이라면 스스로 자술서등 글씨를 써서 이것과 유서의 필적감정을 요구하는 것이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는 적극적인 방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전체적으로는 검찰신문에 응하면서 결정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할지도 모를 부분에 대해서만 묵비권을 행사해야 법원으로부터도 묵비권의 정당성을 인정받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검찰은 강씨가 계속 진술을 거부할 경우 혐의내용을 구체적으로 묻는 신문사항마다 「피의자는 진술을 거부했다」는 내용을 기재한 신문조서를 작성해 강씨를 기소할 수 밖에 없는 입장.
이 경우 검찰은 강씨를 기소한 뒤에도 전민련관계자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새로운 증거나 진술은 추가로 제출하고 새로운 범죄사실이 드러나면 공소장 변경절차를 거쳐 강씨의 유죄를 입증하겠다는 복안을 갖고있다.
그러나 이 경우 법원이 강씨에게 유죄판결을 하더라도 강씨와 전민련은 「양심의 문제」를 이유로 재판결과에도 불복할 가능성이 없지 않고 일반국민들은 계속 검찰과 강씨중 어느쪽이 진실인지를 놓고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이상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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