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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 감상은 훌륭한 노후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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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나이가 들면 취미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죠. 클래식 음악 감상은 노후를 위한 훌륭한 투자입니다.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몸과 마음에 평안을 주는 웰빙 수단으로도 음악만큼 좋은 게 없어요."

김일곤(63.사진) 대원문화재단 이사장(대원주택 회장)은 재계에서 소문난 클래식 매니어다. 평소 알고 지내는 기업 총수들에게 손수 티켓을 사서 선물하면서 음악회 관람을 권유하는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는 물론이고 부천시향의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서울시향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 시리즈도 빼놓지 않고 관람했다.

"CEO들은 정서적으로 메말라 있습니다. 모든 것 다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자신은 외롭고 불행하다고 생각하죠. 처음엔 공짜표 덕분에 음악회에 갔다가 취미가 붙으면서 자기 돈으로 티켓을 사서 음악회 가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김 이사장은 이달 15일 삼성경제연구소 주최로 개강한 CEO 문예포럼 음악강좌의 프로그램을 직접 짜고 출연진을 섭외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2004년에는 대원문화재단을 설립했다. 클래식 음악만을 지원하는 국내 유일의 문화재단이다. 2005년 당시 무명이었던 피아니스트 김선욱군을 발굴해 제1회 대원예술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김 군은 연간 3000만원의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해오다 지난해 세계적인 리즈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지난해 말에는 제1회 대원음악상(총상금 1억 6000만원)을 제정해 지휘자 정명훈씨, 작곡가 강석희씨, 음악평론가 이강숙씨에게 수여했다.

"어느 정도 돈을 벌면 음악에 돈을 쓰고 싶었어요. 잘 버는 것보다 잘 쓰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서였죠. 클래식 음악이 '인간의 순수함'을 지키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미술가와 미술작품에 관심있는 문화재단은 많지 않습니까."

피아니스트의 아들로 태어난 김 이사장은 어릴 때부터 1주일이 멀다 하고 음악회에 다녔다. 초등학교 시절 명동 시공관에서 베토벤의'합창 교향곡'을 들었고, 1964년 런던 심포니, 65년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의 내한 공연도 빼놓지 않았다. 작곡가로는 브람스.말러.쇼팽을 좋아하지만 훌륭한 연주라면 어떤 음악이건 즐겨 듣는다.

그는 17~26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동 수원시향 연습실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지휘자협회(회장 박은성) 주최 제7회 지휘 캠프 참가자들의 등록금과 숙식비 등 경비 일체(6000만원)도 지원했다.

이 캠프엔 국내외 음악대학에서 지휘를 전공하고 있는 젊은 음악도들이 참가했다. 외국인 지휘자를 초청해 지휘법도 배우고 오케스트라를 마음껏 지휘할 수 있는 기회다.

글=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사진=이은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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