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대 교수의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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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뼈 전문 바이오벤처기업 오스코텍의 김정근(47.사진) 대표는 젊어서 '뼈빠지게' 고생했다. 서울대 치의대 졸업 후 치과의사라는 안정된 길을 마다하고, 벤처라는 '험난한 길'을 택한 결과였다. 오스코텍은 17일부터 코스닥 시장에서 주식거래가 시작됐다. 김 대표는 기업공개(IPO)라는 벤처 사업가의 1차 목표를 무난히 달성한 데 대해 흡족한 표정이었다. 골다공증.관절염.치주질환 등 뼈 질환 관련 치료 기술을 다수 확보하고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흑자경영을 일궈낸 결과였다.

"한국형 바이오 벤처의 진수를 보여주려고 부단히 노력했어요. 연구개발에 주력하면서 흑자도 내는 경영이 어디 쉽습니까."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 고령화 속도에 비춰 오스코텍의 뼈 질환 관련 기술은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었다. 부작용 없는 골다공증 치료 물질이 영국에서 동물실험을 끝내고 올 상반기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그러나 여기까지 그의 비즈니스 인생은 가시밭길이었다. 대학 때부터 개업의 공부보다 뼈에 관한 연구에 미쳐 박사학위까지 했다. 지금의 아내와 첫선을 본 자리에서도 "난 치과의사가 되지 않을 수 있으니 그래도 좋으면 결혼하자"고 잘라 말했을 정도. 단국대 치의대 교수 시절, 모자라는 연구비를 충당하려고 빚을 내 연구시설을 들여 놨다가, 학교 재정난으로 반년간 봉급이 나오지 않자 결국 집을 팔아 빚잔치를 했다. 그간 쌓은 연구결과가 아까워 1998년 자본금 5000만원으로 지금의 회사를 설립했다. 자금조달하랴 거래처 뚫으랴 동분서주하면서 연구실장 노릇까지 하던 2000년 무렵엔 과로로 한쪽 눈을 실명할 뻔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 끝에 연구결과 가 조금씩 알려지고 여기저기서 투자금이 모여들었다. 2003년엔 한국부품소재투자협의회에서 30억원, KT&G로부터 22억5000만원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뼈 관련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돈 되는 고부가가치의 중간 물질을 내다 팔며 흑자기업의 기틀을 다졌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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