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유니 내달 초 새 앨범 발표 앞두고 의문의 자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21일 오후 인천 온누리병원 영안실에 마련된 유니(본명 허윤)의 빈소에서 유가족이 촛불을 켜고 있다. [인천=뉴시스]

본격적인 활동 재개를 앞둔 인기 댄스가수 유니(26.여.본명 허윤)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주고 있다.

유니는 21일 낮 12시50분쯤 인천시 서구 마전동 자택에서 자살했다. 그는 자신의 방에서 목을 매 숨진 채 외할머니 이모(71)씨에게 발견됐다.

외할머니는 경찰에서 "다른 가족과 함께 교회에 갔다가 혼자 먼저 집에 돌아와 보니 손녀가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경찰에서 "유니가 새 앨범 발표를 앞두고 심리적인 부담감과 함께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유니는 서울 강남의 빌라에서 생활하다가 지난해 8월부터 잠시 활동을 중단하고 인천 서구에서 외할머니.어머니.외삼촌과 함께 살고 있었다고 가족들은 밝혔다. 인천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사건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자살로 추정하고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자살 소식을 접한 가요계와 네티즌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다음달 초 3집 앨범 '솔로 판타지' 발매를 앞둔 상황이어서 안타까움은 더하다. 탤런트 출신인 유니는 2003년 앨범 '가'를 통해 가수로 데뷔해 인기를 끌었으며, 새 앨범 발표와 함께 본격적인 활동을 펼칠 계획이었다.

지상파TV 가요 프로그램과 음악 전문채널 등의 본격 컴백 무대를 준비하고 있었고, 22일 오전에는 뮤직비디오 촬영도 예정돼 있었다. 소속사 관계자는 "마지막 만남이 된 19일 소속사 사람들과의 식사 모임에서도 유니는 새 앨범 활동에 대한 의욕을 내비쳤다"며 "자살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니와 친한 한 연예인은 "요즘 유니가 '우울하다'는 말을 부쩍 많이 해 주위에서 걱정했다"고 말했다. 그의 미니 홈피에는 지난해 11월 말 올린 "공허함이 가득합니다… 알 수 없는 그곳으로 난 또 걸어갑니다"라는 우울한 내용의 글이 남아 있다. 그의 미니 홈피에는 수많은 네티즌이 들러 명복을 비는 글을 남기고 있다.

한편 그는 2005년 KBS-2TV '이홍렬.박주미의 여유만만'에 출연해 "미혼모의 딸이었다"는 슬픈 가족사를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어린 시절 외할머니와 단둘이 살아야 했고, 초등학교 시절 아빠가 없다는 사실이 힘들었다"며 "불우한 가족사를 딛고 일어선 만큼 불우 이웃을 돕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요계의 한 관계자는 "컴백을 앞둔 부담감 때문에 우울증이 깊어진 게 아니겠느냐"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놓았다. 일부 네티즌은 그의 활동 재개를 보도한 기사에 달린 악성 댓글이 그를 자살로 몰고 갔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유니의 측근은 "'성형미인''인조인간'이라는 자기를 둘러싼 네티즌들의 악성 댓글에 대해 유니가 표현하진 않았지만 심적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니의 어머니 이모씨는 이날 오후 8시쯤 빈소에서 기자들에게 "열여섯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해 남모를 상처가 많았던 것 같다"며 "우울증 증세가 조금 있었고 약을 먹었는데 나는 다 치료된 줄로만 알았다"고 말했다.

정영진·정현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