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후원금 135억 증발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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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민주당 후원금 중 엄청난 액수가 사용처가 드러나지 않은 채 증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4일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민주당 후원회는 지난해 12월 20일(35억원)과 30일(1백억원) 두차례에 걸쳐 1백35억원을 중앙당에 기부한 것으로 회계처리돼 있다. 그러나 당시 노무현 후보 선대위나 민주당 중앙당에서 실제 이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민주당 대표와 대선 당시 선대위원장을 지낸 열린우리당 정대철 의원은 14일 지도부 간담회에서 "내가 선대위원장으로 이상수 총무위원장과 (당에) 들어가 보니 정확하지는 않지만 2백여억원이 비어 있어 문제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장부상으론 돈이 있는 것으로 돼 있는데 실제론 없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의 대선자금 공방이 '기업으로부터 불법 자금을 얼마나 받았느냐'에서 '그 돈 중 일부를 누가 얼마나 착복했느냐'는 데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다툼의 당사자는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다. 의혹이 제기된 이상 검찰의 수사 착수가 시간문제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선 당시 총무본부장을 맡았던 이상수 의원은 "선대위 출범 이후 중앙당에서는 한푼도 (선대위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검찰 소환을 앞두고 이날 연합뉴스에 "盧대통령이 민주당 후보 경선 이후 민주당의 회계를 살펴본 뒤 (장부에 기재된) 3백억원이 없는 걸 알고 '어떻게 이런 정당에서 정치개혁을 할 수 있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면서 "대통령과 그런 식의 대화를 '선문답'형식으로 가끔 주고받는다"고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가능성은 두가지다. 편법으로 회계를 처리했거나, 누군가가 개인적으로 착복(횡령)을 했을 가능성이다. 편법회계의 경우 민주당 지도부가 대선 전에 후원회 돈을 다 쓰고, 그 후 회계처리 과정에서 선대위가 사용한 것으로 처리했다는 얘기다.

민주당 주장은 이쪽에 가깝다. 민주당 재정관계자는 "후원회에서 당으로 돈을 넘겨주면 바로 영수증 처리를 해야 하지만 처리 과정에서 시간차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청와대의 시각은 다르다. 선대위 출범 이전 민주당 지도부 중 누군가가 개인적으로 후원금을 챙겼을 것이란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盧캠프 출신의 청와대 관계자는 "우리와 그 사람들의 감정이 악화된 것은 후원금 문제 때문이었다"며 "盧후보가 확정되기 전까지 있던 돈이 후보가 된 뒤 갑자기 사라졌다는 게 어떻게 단순한 회계처리상 문제겠느냐"고 반문했다. 여권 내 분위기는 이 문제에 관한 한 밑바닥까지 들춰내야 한다는 쪽이다.

이수호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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