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에 집회장소 안내준 「대구」/정순균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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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 신민당총재의 대구 지원유세는 현정부에 대한 가시돋친 비난으로부터 시작됐다.
12일 오후 대구시 남산동 신민당 대구­경북지부의 1백여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열린 당원단합대회에서 김총재는 『제1야당이 단합대회 장소하나 제대로 못빌리도록 야당을 박해하는 노정권은 전두환정권과 똑같은 독재정권』이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연설을 시작했다.
영호남지역감정 해소를 외치고 「적진」에서 고군분투하는 자당후보들을 지원하기위해 이곳에 온 김총재가 화해의 일성 보다는 이처럼 대뜸 비난부터 쏟아붓는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기때문이었다.
당초 이날 단합대회는 도지부 부근 예식장에서 치를 예정이었다.
주최측은 대회 4일전인 지난 8일 예식장에 직접 찾아가 장소사용 예약을 마쳤다고 한다.
그런데 다음날 예식장 상무로부터 『사장님께(신민당집회사실을)말씀드렸더니 안된다고 한다. 우리 입장도 이해해 달라』며 계약취소 전화가 걸려왔다는 주최측의 설명이다.
할 수 없이 주최측은 다른 몇군데 예식장을 수소문했으나 전종업원 야유회라는등 이유로 거절당했다.
이번에는 대구시민회관등 몇군데 공공건물을 수소문 해봤으나 한결같이 「모두 예약이 끝났다」는 이유를 댔다는 것이다.
결국 장소를 구하지 못한 주최측은 할 수 없이 비좁은 도지부사무실을 단합대회장소로 정했다.
김총재일행을 따라 대구집회 취재에 나서면서 대구시민들의 반응과 호응도가 가장 궁금했었다.
현지에 도착해 대회장소가 바뀌는등 우여곡절이 있었다는 얘기를 듣고 『아직 멀었구나』하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신민당측이 걸핏하면 내세우는 「야당박해」라는 주장에 석연찮은 구석이 없는건 아니다. 그러나 그런 불평이 단순히 야당의 상투적인 트집이나 투정이 아니라는 느낌을 새삼 갖게됐다.
지난 5일부터 지금까지 신민당이 20여차례의 당원대회를 가지면서 장소사용을 둘러싸고 크고 작은 마찰은 있었지만 예식장조차도 사용이 거절되기는 처음이다.
민자당측이 광주의 냉대를 섭섭하게 여긴다면 신민당은 대구의 박대에서 무엇을 느끼겠는가. 「광주」가 그 응어리를 풀어야 하듯 「대구」도 보다 넓은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대구=선거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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