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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화폐 특이번호 … 나도 혹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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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새로운 1만원권의 유통을 사흘 앞둔 19일 일련번호가 빠른 새 화폐를 구하려는 사람들이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점 화폐교환창구 앞에 길게 줄지어 앉아 있다. [사진=김성룡 기자]

새 디자인의 1000원권.1만원권 유통(1월 22일)을 사흘 앞둔 19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점 앞. 차가운 겨울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60여 명의 남녀가 길게 줄을 섰다. 두툼한 옷에 노숙을 작정한 듯 침낭.컵라면.보온병 등 먹거리도 챙겨 왔다. 노숙자처럼 종이상자를 바람막이로 펼친 이도 있었다. 소장 가치가 높은 일련번호 앞자리의 새 화폐를 차지하기 위해 벌어진 진풍경이다. 대기행렬 속에는 3박4일간 자리를 맡는 대가로 하루 20만~30만원씩 받기로 한 '알바생'들도 있었다.

전날 오후 11시부터 자리를 지켰다는 줄 맨 앞의 수집가 이모(52.경기도 성남시)씨는 "AA0010001A번대 새 화폐를 20년쯤 갖고 있으면 50배 이상 값이 오를 것"이라며 "친구 셋과 교대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온 장인태(22.대학생)씨는 "지난해 초 5000원권 새 돈이 나올 때도 이렇게 줄을 서 700번대 100장 한 묶음(50만원)을 받았는데 요즘 시중에서 액면가보다 5~10배 비싸게 거래된다"고 전했다.

인터넷에선 지난해 말부터 이미 떠들썩했다. 한국은행 게시판과 인터넷 포털에는 "새 화폐를 언제부터 바꿀 수 있나" "어느 은행을 가야 앞번호를 받나" 등의 문의가 쏟아졌다.

인터넷 한국 지폐수집 동호회인 '수집114'는 새 화폐 발행에 맞춰 20일 한국은행 본점 부근에서 정기모임을 갖고 지방 회원들을 위해 숙소도 마련할 계획이다.

◆어느 정도 가치 있는가=한은에서 지난해 1월 말 일련번호 AA0010111A~AA0010120A번의 새 화폐 5000원권 10장을 경매에 부친 결과 액면가보다 82배 비싼 410만5000원에 낙찰됐다. 이 때문에 '새 화폐 대박'의 기대심리가 커지고 있다.

'수집114' 운영진인 이원식(44)씨는 "세 개의 A가 나란히 담긴 일련번호는 첫 판으로 찍었다는 의미"라며 "현재 5000원권 새 돈 AA00*****A(1만 번대)가 3만5000원 선에서 호가한다"고 전했다.

화폐수집업체인 ㈜화동양행의 이필성 이사는 "새 돈을 수집하는 사람들 사이엔 빠른 번호인 AAA넘버, 가나다, 7777777 등 특이한 번호를 찾는 게 유행"이라며 "새 5000원권 중 아주 특이한 일련번호의 지폐일 경우에만 수십만~수백만원이 나간다"고 설명했다.

◆일인당 100장 한 묶음만 교환=한은은 "새 화폐의 일련번호 1번부터 100번째까지는 화폐금융박물관에 소장한다"며 "수집수요가 커 액면가 이상으로 낙찰될 가능성이 있는 101~1만 번째의 새 돈은 경매 처리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유통을 시작한 5000원권 새 돈도 마찬가지의 경로를 거쳤다. 새 5000원권의 경우 경매에 나온 9900장 중 9740장이 낙찰됐다. 한은과 조폐공사는 수익금 3억5900여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한은 관계자는 "수집가들이 관심을 갖는 AAA권의 98%는 시중 은행에 골고루 풀리며 한은 본점에서는 나머지 2%인 200묶음씩만 교환한다"며 "'한은 본점이 있는 서울만 유리하다'는 소문은 낭설"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사재기를 막기 위해 1인당 한 묶음(100장)씩만 바꿔주기로 했다.

권근영.김호정 기자<young@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번호 어떻게 매기나

◆지폐 일련번호=제조 관리와 위조 방지를 위해 알파벳 세 글자와 아라비아숫자 7개로 구성된다. 'AA*******A' 식이다. 이전에는 '*******가나다'(1만원권), '가나다*******'(1000원권)로 매겨졌다. 새 화폐의 경우 AA0******A는 첫째로 인쇄된 100만 장을 뜻한다. 이후 AA0******B, AA0******C 등으로 나가지만 모든 알파벳을 순서대로 쓰지는 않는다. 수집가들은 같은 기호가 연속돼 있으면 가치가 더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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