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억원 대작 띄운 중국 영화 "극장서 안 보고는 못 배기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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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장이머우(張藝謨.56)감독은 점점 더 거대해진다. 권력과 애정에 얽힌 황실가족의 암투와 대결을 그린 시대극 '황후화'(25일 개봉.주연 저우룬파.궁리)의 제작비는 무려 450억원, 중국영화사상 최대규모다. 황금색.무지개색의 화려한 궁궐장식과 의상, 1000여 명의 엑스트라를 동원한 대규모 전투 등 볼거리 뿐 아니라 가족간의 비틀린 욕망을 강렬하게 그려내는 솜씨가 능수능란하다.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은 '붉은 수수밭'(1998년) 같은 예술영화로 출발해 이제는 중국을 대표하는 블록버스터 감독으로 자리한 그를 18일 서울에서 만났다.

-제작비 규모가 놀랍다.

"아다시피 중국은 불법 DVD와 인터넷 다운로드가 만연해있다. 영화를 보는 사람은 많지만 극장에서 보는 사람은 적다. 젊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려면 큰 규모의 영화가 필요하다. '황후화'는 지난해 중국에서 개봉한 지 5일만에 불법DVD가 나왔는데, 이걸 본 관객들도 작은 화면에서 볼 영화가 아니라며 다시 극장을 찾았다. 규모로 승부하는 것이 관객을 모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현재 중국에서는 유효한 방법이다."

-투자 받기가 어렵지 않았나.

"그다지. '영웅''연인'등 점차 큰 영화를 거치면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 것 같다. 세계시장을 겨냥했기 때문에 이런 제작비가 가능했고, 이런 제작비라서 이런 장르를 택했다. 예술영화를 좋아하지만, 상업영화는 감독이 관객에 대한 흡입력을 시험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다."

-규모가 큰 만큼 촬영에 어려움도 많았겠다.

"제일 힘들었던 것은 오히려 스토리다. 사전에 완벽한 시나리오를 쓰려고 노력했다. 작은 영화는 전날밤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다음날 촬영에 반영하는 게 가능했다. 주연배우들 하고만 이야기가 통하면 되니까. 하지만 '황후화'는 촬영 도중 시나리오를 바꾸는 일이 절대 없었다."

-궁리.장쯔이 등 세계적인 스타가 된 여배우들을 발굴해왔다. 특히 궁리와는 이번 영화가 '인생'(1994년)이후 처음인데.

"10여년 만이지만 촬영 첫날부터 호흡이 너무 잘 맞았다. 할리우드 영화나 다른 감독들의 영화를 찍으면서 그 사이 많이 성숙했더라. 순간적으로 감정에 몰입하는 속도나 표현하는 감정의 깊이가 대단해졌다. 배우로서 정점에 이른 것 같다."

-반면 저우룬파나 무술감독 정샤오동 등 홍콩출신들과 작업하는게 어렵지는 않았나.

"전혀. 홍콩 반환 이전부터 홍콩영화인들과 20여년쯤 교류해왔기 때문에 서로 익숙하다. 요즘 중국 영화의 무술감독은 대부분 홍콩 출신이다. 량차웨이.장만위.저우룬파 등 홍콩에서 실력을 쌓은 스타들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이 없었다면 이런 대규모 영화를 찍기 힘들었을 것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폐막식의 총감독도 맡았는데. 내용을 귀띔한다면.

"절대 안된다. 국가기밀이다(웃음). 특히 성화 점화방식은 중국 전체에서 아는 사람이 10명도 안된다. 개막식 준비는 도전할만한 일이다. 중국 국민들의 기대치도 높고, 의견도 많아서 '황후화'열 편을 만드는 것 보다 힘들지만."

이후남 기자<hoonam@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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