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A에 묶인 2400만 달러 중 600만 달러 북한 아닌 합법적 기업 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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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북한 자금 2400만 달러 중 600만 달러는 우리의 합법적인 돈이다." 평양의 영국계 은행인 대동신용은행의 대외 협상대표인 콜린 매카스킬(사진)은 18일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국은 (BDA의 북한 자금을 동결한 2005년 9월 이래) 16개월간 단 하나의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이 돈의 인출을 막고 있다"며 조속한 동결 해제를 촉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BDA에 묶여 있는 대동신용은행 돈은 얼마나 되나.

"약 600만 달러다. BDA에 우리 은행 명의로 개설된 1개 계좌에 들어 있으며, 달러와 유로.엔화로 예금돼 있다. 우리 은행 고객은 ▶북한에서 사업하는 외국 기업▶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조총련계로 추정)▶합작 투자벤처회사▶평양에 주재하는 외국 기업 지사 등이다. 600만 달러는 이들이 입금한 돈이다. 그중 400만 달러는 영국 담배회사인 '브리티시아메리카토바코'소유다."

-600만 달러 중 북한 기업의 돈도 있나.

"아주 적은 액수만 있다. 우리 은행 고객은 대부분 평양 주재 외국 기업이다. 북한 기업이 계좌를 트려면 북한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 북한 기업은 극소수다."

-600만 달러는 합법자금인가.

"그렇다. 우리는 2005년 1~9월 우리 은행과 BDA 간의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거래 내용을 철저하게 검사했다. 95년 대동신용은행이 설립된 이래 모든 거래 명세도 샅샅이 살펴봤지만 전적으로 합법적이었다. 이를 근거로 나는 지난해 12월 600만 달러가 모두 합법적인 돈이라는 '증거문서'를 만들어 마카오 금융 당국에 제출하고 동결 해제를 요구했다. 미 재무부.국무부 차관보에게도 문건 사본을 제출했고, 한국 정부에도 전달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누구도 답변을 주지 않았다."

-미국은 여전히 이 돈이 불법 자금이라는 입장인데.

"BDA가 갖고 있던 대동신용은행과의 거래 내용이 우리가 제출한 문건과 달랐다면 벌써 마카오 당국이 우리에게 통보했을 것이다. 이뿐 아니라 BDA는 아주 엄격한 검증 절차를 거쳐 예금을 받고 있어 우리가 입금해온 돈 가운데 수상한 돈이 있었다면 진작 드러났을 것이다. BDA는 우리와 거래를 개시한 97년 이래 우리가 보낸 돈을 별도의 가방에 담아 홍콩 은행으로 보내 위폐 여부를 감식했다. 최첨단 미국제 감식기(북한 반입 금지품)로 문제없는 돈이라는 걸 확인한 뒤 입금 절차를 완료하고 우리에게 통보해 줬다."

-미국 관리들을 만나 동결 해제를 요구했나.

"국무부가 지난해 10월 5일 북한과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 관리들을 초청한 자리에 나도 초청받았다. 미국 대표는 '자금 동결은 마카오 당국이 했으니 그쪽과 논의하라'는 말만 반복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12월 베이징에서 열린 북.미 금융회담에서 북한 측에 불법 혐의 증거를 하나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들었다. 이쯤 되면 미국 주장의 신빙성이 의심되지 않나."

◆콜린 매카스킬=영국의 대북 투자기금인 조선개발투자펀드(CDIF)의 운용을 담당한 '고려아시아'의 회장이다. 북한과 25년 이상 금융거래를 해 왔다. 지난해 8월 고려아시아가 대동신용은행 지분 70%를 인수한 뒤 이 은행의 유일한 대외 협상대표로 임명돼 미국.마카오.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접촉해 왔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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