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스테롤 많아도 탈, 적어도 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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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항목에서 이젠 어떤 수치보다 중요하게 생각되는 콜레스테롤. 하지만 콜레스테롤의 정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심지어 지방과 혼동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 콜레스테롤은 지방의 일종이지만 차이가 많다. 지방은 동물성 식품은 물론 콩기름.올리브유.팜유 등 식물성에도 들어 있지만 콜레스테롤은 오직 동물성 식품에만 존재한다. 열량은 없는 대신 운동으로 '태워' 몸 밖으로 내보낼 수도 없다. 검진결과에서 콜레스테롤이 높다고 지적받은 사람이 알아야 할 콜레스테롤 줄이기 전략을 소개한다.

◆콜레스테롤의 정체=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의 세포막과 담즙산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성분. 담즙산이 없으면 지방이 소화되지 않아 허구한 날 설사를 할 것이다. 콜레스테롤은 또 여성호르몬.남성호르몬 등 성호르몬의 재료다. 햇볕을 쬐면 몸 안에서 만들어지는 비타민 D의 체내 합성도 돕는다. 우울증 환자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지나치게 낮으면 자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행복의 전령'으로 통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에 이상이 생겨 자살 충동을 느낀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혈중 콜레스테롤은 혈관을 망가뜨린다. 혈액 속을 떠돌아다니다 다른 지방성 물질과 함께 혈관 내벽에 쌓여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것이다.

◆CSI 수치 낮은 식품을 섭취=식품에서 콜레스테롤 섭취를 50% 줄이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25%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내에서도 콜레스테롤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건국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김현중 교수는 "지방간.동맥경화.고지혈증.당뇨병 등이 있는 사람은 가급적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은 식품을 섭취해야 한다"며 "하루 섭취 권장량은 300㎎ 이하이나 상태가 심한 사람은 하루 200㎎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식품 중 콜레스테롤 함량은 소의 골.생선 머리 등 동물의 뇌부위, 달걀 노른자, 명란 등 알류, 콩팥.간 등 동물의 내장 부위 순서로 높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려면 포화지방이 많이 든 식품(쇠기름.돼지기름.닭 껍질.버터 등)의 섭취도 줄여야 한다.

인제대 식품생명과학부 김정인 교수는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식품보다 CSI 수치(콜레스테롤 함량과 포화지방 함량을 함께 반영한 수치)가 높은 식품을 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새우의 경우 콜레스테롤 함량(100g당 160㎎)은 높지만 CSI 수치(6)는 식물성 식용유(8)보다 낮으므로 너무 꺼릴 필요가 없다는 것.

◆스테롤.불포화 지방.식이섬유=영남대 식품영양학과 서정숙 교수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려면 DHA.EPA 등 오메가-3 지방(생선기름에 풍부)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쌀.콩 등에 풍부한 식물성 스테롤도 유익하다. 콜레스테롤의 '식물판'으로 혈중 LDL 콜레스테롤(혈관 건강에 해롭다) 수치를 낮춰준다. 식이섬유는 콜레스테롤이 담즙산의 형태로 대변을 통해 체외 배설되는 것을 돕는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에게 미역.다시마 등 해조류, 차전자피.귀리기울.통밀.보리.현미 등 식이섬유(하루 25~30g 섭취)가 풍부한 식품을 즐겨 먹으라고 추천하는 것은 이래서다.

◆유산소 운동=운동은 걷기.조깅.자전거 타기.수영 등 유산소 운동이 효과적이다. 하루에 30분씩 매주 네 번 이상 운동하면 한 달 안에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40~50㎎/㎗이나 낮출 수 있다. 자주, 많이 걷는 사람의 HDL 콜레스테롤(혈관 건강에 이로운 콜레스테롤) 수치가 걷기를 싫어하는 사람보다 높다는 일본의 최근 연구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하루 1만보 이상 걸은 남성의 평균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56.8(여성은 63.9)로, 2000보 이하 걷는 남성(51.1, 여성은 59.1)보다 훨씬 높았다.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식사.운동요법을 2~3개월 이상 계속해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으면 리피토.조코.크레스토 등 스타틴 계열 약물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몸 안의 전체 콜레스테롤 가운데 3분의 2는 간 등에서 직접 만든다. 식품 조절만으론 한계가 있는 것. 이들 약은 간에서 콜레스테롤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아준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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