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X년 일본군이 한반도에 상륙…”/「다가오는 일본과의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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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일전쟁 예고/20년 이내에 개전 피할수 없어/“주한미군 강화로 일 확장주의 막아야”
『200X년 어느날 일본은 한반도와 중국·소련연안에 상륙작전을 개시,제2차 태평양전쟁이 시작된다….』
어떻게 보면 황당무계하지만 미일간의 전쟁발발을 다룬 책이 오는 12월 일본의 진주만공격 50주년을 앞두고 일본과 미국에서 큰 충격을 던지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문제의 책은 『다가오는 일본과의 전쟁』(The coming war with JAPAN).
지난 5월1일 발매되기 시작한지 한달만에 미국에서 3만5천부가 팔렸고 일본에서도 지난 5월 하순 번역판이 나온지 2주만에 중판을 거듭,현재 6만권이 매진상태에 있다는 서점가 얘기다.
이 책의 저자는 펜실베이니아 디킨슨대 정치학교수 조지 프리드먼과 해리스버그대 문학교수 메레디스 리바드.
이들은 지난 2일 일본을 방문,TV출연과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들이 책을 쓴 동기와 내용을 설명하느라 분주하다.
미일은 지금 쌀개방,자동차·컴퓨터 등 일본제품에 대한 미국의 특별관세적용 움직임등 무역마찰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또 미의회에서는 걸프전쟁때 일본의 지원부족을 들어 대일 불신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90년에 나온 『대일 봉쇄론』(제임스 펄로즈저)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대일 개전론』을 예언한 이 책은 일본 지식인들에게 큰 화제거리가 될 소지를 충분히 갖추고 있다.
저자의 논지는 명쾌하다.
『제2차 대전종결후 현재까지는 미일 휴전기간이다. 이제 그 기간은 미소간의 냉전종결과 함께 끝났다. 20년 이내에 반드시 제2차 미일전쟁의 전운이 태평양지역을 휩쓸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의 미일 무역마찰에 관한 협상이 결국 결렬상태에 빠짐으로써 「경제전쟁→정치적 대립→군사분쟁」이라는 1차 태평양전쟁도식을 그대로 되풀이 한다는게 이 책이 그리고 있는 개전시나리오다.
저자 프리드먼은 3일 동경 외신기자클럽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전쟁을 피할 수 없는가』라는 질문에 『미국이 지난 45년간 자신의 방위우산아래서 번영을 구가한 일본에 대해 「청구서」를 요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 『전쟁을 회피하기 위해서는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의 경제 및 사회구조 재편을 요구하는 미국에 대해 일본이 굴복하는 길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일본은 미국에 영원히 종속된 상태를 바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전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일본의 헌법 제9조가 전쟁포기를 선언하고 있지만 이 조문은 이미 『사문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미국은 이같은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전력증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리드먼교수가 대일 선전포고를 염두에 두고 미국이 선택할 전쟁대비책은 한반도를 포함,필리핀·싱가포르의 전략기지를 현단계에서 별 마찰없이 확보해두는 길밖에 없다고 다음과 같이 제언,주목을 끈다.
『한반도는 일본에 있어 가장 경계할 대상이다. 이 지역에 강국이 자리잡고 있는한 진정한 의미에서 안정은 없다고 보는게 일본인의 전통적 관념이다.
따라서 미국이 현재 한국에 1개사단의 주한미군을 두고 있으며 공산국의 위협감소에 따라 수년안에 병력감소를 계획하고 있으나 일본 확장주의 정책에 대한 「효과적 장벽」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병력을 증강해둘 필요가 있다.
또 미국은 제2차대전 이후 필리핀의 수빅만과 클라크 공군기지에 중요한 전략적 거점을 두고 있는데 냉전이 끝난 지금 양기지는 일본의 남북통상루트를 장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현재 미국은 기지보존비용과 관련해 필리핀에 지불을 거부,재협상하고 있지만 이들 기지를 잃는 것은 미국에 있어 치명적이다.
아울러 싱가포르는 호르무즈해협과 일본을 연결하는 최단루트로 일본의 생명선이다. 싱가포르 정부가 바라는대로 제7함대기지를 이곳에 두기 위한 역사적 협정에 들어갈 시점이다.』
프리드먼교수는 미국이 일본과 결정적으로 틀어지기 시작,경제적 압력을 정치적 압력으로 바꾸는 시기로 92년을 보고 있다.
92년에 유럽은 EC(유럽공동체)통합이 실현,일본에 대해 폐쇄정책을 쓸게 확실하며 미국은 대통령선거에 돌입,대일 보복관세결정등 보호주의 정책이 최대의 선거이유가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에 대항,더욱 폐쇄적 무역정책을 쓰고 급기야 동남아시아지역을 확보하기 위해 대동아공영권정책을 다시 부활,일본­인도 동맹으로 석유수송로를 확보하려는데서 미국과의 결정적 파국을 맞게 된다고 그는 예상하고 있다.
일본 지식층은 이같은 미일 개전시나리오에 대해 『터무니없는 픽션』이라는 부정적 반응에서 『미일 마찰의 현상태로 미루어 군사적 충돌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반응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일본인 스스로 일본이 걸프지역에 자위대를 파견하고,동남아시아지역에 경제적 전략거점을 착실히 구축하고 있는 최근의 군사대국지향 움직임을 불안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만큼 미국과의 경제마찰로 한반도를 포함한 태평양전체를 전화로 휩쓸리게할 수도 있다는 경계심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이 책이 갖는 의미는 크다.<동경=방인철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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