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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의 음악인들 '모교 돕기' 나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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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한자리에 모인 커티스 음악원 출신 음악인들. 왼쪽부터 강대식·이경숙·현해은·권마리·백주영·김현아·배상은·이순익·이양숙씨. [사진=김성룡 기자]

"졸업한 지 꽤 됐는데 모교 생각이 자주 나요. 졸업한 후에야 학교에서 각별한 가르침과 보살핌을 받았다는 것을 깨달았죠. 덕분에 어엿한 음악가로 성장했으니 이젠 우리가 모교를 위해 팔걷고 나서야 할 때입니다."

피아니스트 이경숙(연세대 음대 학장).권마리(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이양숙(선화예중.고 음악실장), 바이올리니스트 현해은(서울대 명예교수).백주영(서울대 교수).이순익(한양대 교수).강대식(단국대 교수).배상은(국민대 강사).김현아(연세대 교수)씨 등 커티스 음악원 출신 동문들이 17일 서울 시내 한 음식점에 모였다.

1924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고급 저택에서 문을 연 커티스 음악원은 소수 정예 교육으로 정평이 나 있는 세계적인 사립 음악학교다. 학생 모두에게 졸업 때까지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오케스트라 1개 정도 구성할 수 있을 정도의 학생만 선발한다. 재정은 졸업생들의 기부금과 기업의 협찬으로 유지된다.

매년 한 두 차례 친목 모임은 있었지만 이날 모임은 특별했다. 5월 15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릴 예정인 학교 설명회를 겸한 발전기금 모금 동문 음악회를 위해 의견을 모으는 자리였다. 동문 음악회에는 지난해 커티스 음악원장에 취임한 비올리스트 로베르토 디아스와 전임 원장인 피아니스트 게리 그라프만도 우정 출연한다.

졸업생 전원이 전액 장학금으로 공부를 한 만큼 이제 후배와 모교에 '고마움'을 되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이날 모임이 마련됐다고 한다. 음악회 수익금 전액을 모교에 기부하고, 기업 등과 접촉해 학교 발전기금을 지속적으로 모으기로 했다. 졸업생들의 모교에 대한 자부심과 고마움은 대단했다.

"4년 만에 졸업할 수도 있었는데 등록금을 받지 않는데다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무상 임대해주는 등 혜택이 많아 3년 더 다녔어요. 제 딸(피아니스트 김규연)도 커티스에 다니고 있죠."(이경숙)

"커티스를 졸업한 뒤 줄리아드 음대 대학원을 나왔어요. 비교하자면 커티스가 훨씬 가족적이고 교수와 학생 사이도 친해요."(김현아)

"90세가 넘은 바이올리니스트 에프렘 짐발리스트가 학생들 앞에서 연주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적이었어요."(현해은)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필라델피아 공연을 오면 학교에서 무료로 티켓을 사줬어요."(강대식)

이 학교는 '연주하면서 배운다'는 모토로 교수.학생 음악회가 매일 열린다. 2년 만에 졸업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12년 동안 다니기도 한다. 줄리아드처럼 예비학교나 조교 제도가 없다. 오페라 전공을 제외하면 대학원 과정도 없다.

160명의 재학생 중 외국인 학생은 한국계가 20명으로 가장 많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서울대 교수).강동석(연세대), 첼리스트 조영창(연세대) 등이 이 학교 출신이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lully@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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