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시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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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눈물이 기대선 창가 핏빛 물이 드는 계절
이 지상 어느 변동은 철창 닫혀 견고하고
무시로 책색된 절망
낙화처럼 내린다.
가야할 길이지만 깨어야할 연대이지만
어둠을 몰고 오던 강 언덕 어느 굽이
노을은 말없이 앉아 진료조차 거부한다.
높은 산 이마 끝에 휘파람을 불어 본다
되돌아오는 소리 의문표만 찍히고
귀 여린 풀꽃 하나 둘 흔들리고 있노니
눈을 떠도 눈 감아도 수척해 가는 얼굴
빛살이 그리운 건 나 하나 몸짓일까
차라리 안질이라면
이 시간만의 늪이라면

<시작 메모>
발붙인 우리의 현실, 체질의 변화를 몰고 오는 갱년기에 접어드는 탓일까.
깨어야할 연대이고 달려가야 할 시간이지만 실로 악성 안질에 걸려 치유 불능인 듯 초점이 잡히질 않는다.
나는 내가 선 이 시대를 사랑한다.
그래서 우리들의 삶의 표정을 가락 지으려고 애쓴다.
이 땅 사람들의 노래가 되어야할 시조, 그 새로운 몸짓에 알맞는 화장을 시도해 보지만, 항상 안타깝기만 하다.
자유와 통제의 순환, 그것이 우리들 삶의 모습이고 시조는 바로 그 모습들을 담는 그릇이 아닌가. 형식의 통제와 내용의 자유로움을 구가하는 시조의 새로운 지평을 향해 천착할 것이다.

<약력> ▲48년 경남 하동 출생 ▲87년 경인일보 신춘 문예 당선, 시조 문학 천료, 월간 문학 신인 작품상 당선 ▲한국문협·한국시조 시인 협회·경남 시조·섬진 시조 문학회 회원 ▲시집 『사인탑승』 (공저) ▲마산여자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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