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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목 좋은 점포 찾기" 비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고객들이 찾기 쉬운 노른자의 점포를 구하자.』
은행이나 증권사로 간판을 바꿔 다는 단자사들이 목 좋은 점포를 찾느라 비상이 걸렸다.
또 기존 은행들도 굼융시장개방 등으로 금융기관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질 것으로 보고 금맥을 쉽사리 캘 수 있는 점포를 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서울·부산 등 대도시의 주요 빌딩에는 이미 다른 금융기관 등이 들어서 있고 도심에 간혹 새 건물이 생겨나면 임대료가 턱없이 비싸 점포 확보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빌딩 건축 붐이 일면서 신규물량이 많이 쏟아져 나와 올들어 사무실 구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지만 입지가 좋은 점포를 구하기는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인 셈이다.
예컨대 지난9일 국제극장 자리에 새로 지은 광화문빌딩에서 문을 연 상업은행 세종로지점의 경우 1, 2층 일부(2백93평)를 임대하는데 90억원의 보증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점 관계자들은『보증금밖에 낸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으나 상업은행은 보증금 90억원 말고도 3백억원을 건물주인에게 대출해 준다는 이면 계약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화문 빌딩의 경우 서울한복판에 있는 마지막 「빅카든라 해서 H투금 등 많은 금융기관들도 눈독을 들였으나 임대료가 워낙 비싸고 상업은행측이 『다른 금융기관은 들여놓지 말라』는 조건을 내걸어 포기하고 말았다는 후문.
또 오는 7월1일 하나은행으로 전환하는 한국투자금융은 서울 도심에 점포를 구하기가 어렵자 아예 1층이 아닌 고층 에스카이 점포를 구했다.
서울역 앞 대우빌딩 11층(1백10평)과 용산 국제센타 14층(80평)에 점포를 마련키로 한 것. 전세 보증금은 대우빌딩이6천만원, 국제센터가 8천만원이며 각기 월세가 따라붙는다.
한국투금은 또 서울서초동 교대 앞에 있는 오피스텔 일부(2백여평)를 49억원을 주고 아예 사들여 지점으로 쓸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합병을 통해 9월2일 보람은행으로 전환하는 한양투금과 금성투금도 점포관리팀을 동원, 강남 테헤란로 등을 중심으로 좁은 점포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있는데 이달 중에 두군데 점포에 대한 임대계약을 마칠 계획이다.
하나은행과 보람은행의 경우 ▲영업을 시작할 때 5개 점포 ▲금년내에 10개 점포 ▲내년까지 20개 점포로 숫자를 늘려갈 방침을 세우고 현재 좋은 물건 찾기에 바쁘다.
조만간 증권사로 전환하는 한일·동부·한성·고려·서울투금 등 5개사는 각기 올해 3개 지점, 내년에 3개 지점을 설치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7월1일 오픈하는 동부투금의 경우 서울강남 테헤란로 주변의 샹제리제빌딩에 8백평을 최근 임대, 본점 영업부로 사용키로 하는 한편 부산에 지점을 설치키 위해 금정구에 점포 하나를 얻어 놓은 상태.
또 한성투금(조흥증권)도 서울강남과 부산서면에 점포를 이미 구했으며 6월21일 오픈하는 서울투금(산업증권)도 서울 역삼동과 부산에 점포를 확보해두었다.
이밖에 고려투금(동아증권)과 한일투금(국제증권)도 서울·부산·대전 등지에 점포를 이미 구했거나 구하려고 준비중에 있다. 한편점포 임대료는 서울지역의 경우 평당5백만∼2천만원선으로 지역이나 위치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단자사의 한 관계자는 『A급 지역의 경우 2백평 기준으로 임대보증금이 30억∼40억원이나 돼 오히려 건물을 하나 사는 것이 유리해 일부 회사의 경우빌딩 매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씨티은행의 경우 25개 지점을 설치할 수 있도록 내인가를 받았는데도 현재 8개만 설치해 놓고 임대료가 비싸 연간 2∼3개씩 늘릴 예정이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금융시장 개방을 앞두고 감량경영 등 경영쇄신이 시급한 마당에 국내금융기관들이 점포확보에 지나친 투자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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