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첫 사진 전시회 여는 포크 가수 한대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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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마르다. '행복의 나라'에 대한 갈증을 풀기 위해 바람처럼 세상을 떠돌아 다녔지만 그는 여전히 목마르다. 노래로도, 시(詩)로도 다 풀지 못한 갈증을 사진으로 달래고 싶었던걸까. 1970년대 초반 '행복의 나라''물 좀 주소''바람과 나' 등 주옥같은 노래로 모던 포크 시대를 열었던 가수 한대수씨(53)씨가 이번엔 사진작가로 팬들을 만난다.

지난 35년간 찍어온 2백점의 사진을 모아 사진집 '작은 평화'(시공사)를 낸 그는 14일부터 오는 26일까지 서울 상수동 홍익대 앞 예술서점 아티누스 전시관에서 40여점을 공개하는 작은 전시회를 연다.

"그냥 음악만 하라고요? 68년 뉴욕에서 사진학교를 다닌 이후로 사진은 음악과 마찬가지로 제 삶의 일부였습니다. 이번 사진집에는 67년부터 올해까지 틈틈이 찍은 2백여점을 실었어요. 뉴욕 거리에서 만난 걸인들, 런던에서 만난 닭벼슬 머리의 펑크족들, '카메라를 처음 본다'며 좋아했던 몽골의 꼬마 스님들 사진도 있어요.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찾아가 찍은 사진도 여러장 있죠."

한씨는 사진학교를 졸업하고 뉴욕에서 광고 사진작가로 25년간 일했고, 사진기자로 일한 적도 있다. 70년 국전 사진 부문에 입상한 적도 있다. 이런 솜씨를 사진시집 '휴먼 오프닝스'(1997)와 '침묵'(2002) 등으로는 선보였지만, 전시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전시회를 앞둔 그는 "사진이나 음악을 통해 하고 싶은 얘기는 결국 똑같다"고 말했다. '다시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고독과 소외, 그리고 세상에 대한 연민을.

한씨는 요즘 한국과 뉴욕을 오가며 지내고 있다. 일 때문에 서로 떨어져 있게 된 몽골.러시아계 출신 아내 옥사나와는 e-메일과 전화로 그리움을 달래면서. 하지만 "장기 계획없이 '하루살이'처럼 살지만 한국이든 뉴욕이든, 사진이든 음악이든 '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갈 각오가 돼 있다"며 "나이가 들수록 일하는 즐거움이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는 또 "사진을 통해 우리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어디로 가는지 보여주고 싶었는데 찍고 보니 사람들이 다 외롭고 힘들어 보인다"며 "내가 고독한 사람이라서 그런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의 이번 사진집에는 뉴욕에서 제작한 국내 미발매 앨범인 '이성의 시대.반역의 시대'가 들어있다.

글=이은주,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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