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동아제약 경영권 '부자 갈등' 2라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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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민경윤 한미약품 부회장은 "오해의 소지가 없진 않지만 동아제약의 미래가치를 보고 실행한 장기 단순 투자"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과 오랜 친분이 있는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 강 회장의 요청을 받고 지분을 사준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일었다. 곧 이은 또 다른 공시. 강 회장의 차남인 강문석 수석무역 대표가 특수관계인의 동아제약 지분을 우호지분으로 끌어들여 영향력 있는 지분이 5.59%에서 10.93%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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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알콜(3.37%)과 케이시엔에이(0.74%) 등이 강 대표의 우호지분이 됐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한미약품의 지분 매입 소식을 접한 뒤 동아제약이 혹시라도 기업 인수합병(M&A)에 휘말릴 수 있어 경영권을 방어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수석무역이 동아제약을 M&A할 지 모른다는 소문에 대해 강 대표는 "지금 저의 가장 큰 소망은 아버지와 화해하는 것"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부자(父子) 간의 경영권 분쟁으로 관심을 모았던 동아제약 지분 경쟁에 한미약품이 뛰어들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미약품이나 강 대표 측이 모두 강 회장을 위해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보여 누가 진정한 '강 회장의 백기사'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강 대표는 2003년 동아제약 대표이사에 올랐으나 2004년 말 박카스 판매 부진 등의 이유로 경영 2선으로 물러났다. 이후 부자는 지분 늘리기에 돌입했고, 지난해 9월 강 회장이 강 대표의 친모와 황혼 이혼을 하면서 갈등은 증폭됐다.

?한미약품이 불쑥 뛰어든 뜻은=한미약품 한창희 전무는 "영남방송 지분 50%를 450억원대에 매각해 여유 자금이 생겼다"면서 "이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는 차원에서 투자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이 동아제약의 지분경쟁을 촉발시켜 주가차익을 보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고 해석했다. 한미약품은 2004년 동신제약의 지분을 1%에서 7.9%로 늘린 뒤 인수합병 기대감에 주가가 오르자 2005년 지분을 매각, 상당한 차익을 실현한 적이 있다. 이날 동아제약의 주가는 전날보다 400원 하락한 8만2300원에 거래를 시작했지만 공시 이후 급등세로 반전, 전날보다 1800원 오른 8만4500원에 장을 마쳤다.

?'동아제약호'는 어디로=강 회장 측은 자신의 지분 5.2%를 포함해 특수관계인 등 모두 9.54%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반해 강 대표 측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10.93%다. 나머지 지분은 미래에셋운용(8.42%).KB자산운용(4.78%) 등의 기관투자가와 동아제약 자사주(8.15%).한미약품(6.27%) 등이다. 이런 지분 구조에서 한미약품의 지분은 경영권 향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다른 변수는 유충식(71) 동아제약 부회장의 지분(2.6%)이다. 유 부회장의 지분을 놓고 강 회장 측과 강 대표 측은 양측 모두 언제든지 자신의 우호지분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아제약의 경영권 확보 경쟁은 엎치락뒤치락을 거듭하다 3월 정기 주총 때 본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심재우.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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