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국가 사우디 '물벼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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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사막의 나라 사우디아라비아의 메카에서 홍수가 나 12명이 사망하고 50여명이 부상했다. 12일 정오께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내리면서 빗물이 메카 시내로 흘러들어 주변 저지대의 수위는 한때 6m 이상 올라갔다.

시내 도로의 차량이 물에 잠기고 교통이 완전 두절됐다. 사우디 재난구조센터는 "갑자기 밀려 들어온 빗물에 학생들과 회사원들이 건물 내 높은 층에 피신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당황한 메카의 주민들이 고지대로 피신하고, 귀가하지 않은 가족과 친지들의 행방을 수소문하고 있는 장면을 보도했다.

메카의 병원 관계자들은 "사망자 대부분이 건물에 갇혀 익사했다"고 13일 전했다.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나라인 사우디에서는 매년 겨울 기습 홍수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홍해 인접 지역에서는 11월에서 2월 사이 급작스런 폭우가 내리는 경우가 잦다.

그러나 문제는 주거지 내에 하수시설이 없다는 것. 가정 혹은 사무실에서 배출되는 오수는 관을 통해 정수 처리돼 바다나 계곡으로 버려지지만 빗물을 배출할 수 있는 도로 하수시설은 없다.

사우디가 부자 나라이긴 하지만 하수시설은 돈만 갖고 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년 내내 비가 거의 오지 않고 모래바람이 불어 하수구가 유지될 수가 없다. 그나마 일부 인구 밀집지역에 설치된 하수시설도 모래.쓰레기로 완전히 막혀 거의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사우디 정부는 매년 겨울 발생하는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 메카 주변 건천에 2천만㎥의 물을 담수할 있는 댐을 건설했다. 그러나 기습 폭우는 여러 방향에서 급격히 메카로 흘러들기 때문에 홍수 방지가 사실상 어렵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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