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겨냥 강성­친위포석/「5·26개각」의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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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비문책성 개각 인상강조에 야선 반발/민주·공화계몫 배제 당내분 재연소지
○…노재봉 총리 경질 이틀만에 단행된 5·26개각은 민주·공화계몫의 장관직을 모두 행정출신으로 메우고 세칭 공안통치라는 말이 나오게끔 한 장본인이랄 수 있는 김기춘 전 검찰총장을 법무장관에 기용함으로써 집권후반기의 안정기조를 유지하려는 노태우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를 그대로 드러낸 인사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정원식 총리서리가 문교부장관 재직시 전교조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했다는 것을 평가해 발탁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정총리서리 임명에 대한 야권의 전례없는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원리원칙에 충실한 강성인사를 법무장관에 발탁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내키지 않는 개각을 하기는 했지만 야권의 정치공세에 밀릴 수 없다는 노대통령의 향후 정국운영 구상을 확실히 해주는 대목이다.
따라서 가뜩이나 격랑이 예상되던 정국기강은 더욱 긴장될 것이 분명하다.
○…집권후반기의 안정기조 확보를 통한 통치권 누수방지의 노력은 동자·보사장관의 임명에서도 엿보인다.
전임 김정수 보사·이희일 동자부장관은 각각 민주·공화계 배려로 입각했으나 노대통령의 정치권 배제원칙에 따라 고려대상에 아예 포함되지 않았다.
노대통령의 이같은 결정은 5·26개각과정에서의 불쾌감,특히 김영삼 대표와 민주계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대통령은 공화계의 이희일 장관도 경질하기는 했지만 이는 민주계에 장관직을 주지 않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며 이에 대해 김종필 최고위원의 사전양해가 있었고 JP는 노대통령의 의중을 간파,쾌히 응낙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김기춘 신임 법무장관의 존재가 대야에 대한 의지표시라 한다면 보사·동자장관의 경우는 여권내부를 의식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는 노재봉 총리 교체가 김대중 신민당 총재의 공안통치 종식공세에 김영삼 민자당 대표최고위원이 편승한 것이라는 청와대쪽의 해석이나 기분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보여 개각에 대한 민자당 내부의 알력이 재현되거나 여야간의 관계경화도 예상된다.
○…이밖에 여야 정치권의 대폭개편을 일축,4부장관의 경질로 최소화한 것은 노대통령의 의중을 엿볼 수 있는 것으로 노대통령은 공안통치 시비와 관련해 이종남 법무장관을 불가불 퇴진시키면서 상대적으로 장수한 정영의 재무·김보사·이동자장관만을 교체함으로써 문책성 개편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노대통령은 개편의 최소화 원칙과 함께 ▲TK배제 및 지역안배 ▲직능별 배분 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용만 신임재무는 강원,김법무는 경남,진념 동자는 전북,안보사는 충북출신이다.
이 재무의 경우 폭넓은 재무관료 경력과 은행장시절 경영실적 등이 고려됐으며 이동자는 호남배려와 최고참 선임차관이라는게 발탁의 계기가 됐다.
또 보안사령관·1군 사령관 등을 지낸 안필준 보사의 경우는 군부에 대한 배려외에 원만한 인간관계 등이 크게 고려됐다.
일부에서는 안보사부장관 기용을 정 총리서리­김 신임법무장관과 연결지어 강성내각의 특징을 말해주는 것으로도 해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8일 열리는 노대통령주재 확대 당정회의는 5·26개각 이후의 정국동향을 가늠할 계기로 주목된다.
○…신민·민주당 등 야권은 이번 개각이 국민의 여망을 저버린 「제2의 공안내각」이라고 일제히 반발,정원식 총리는 물론 김기춘 법무·안필준 보사부장관의 임명철회를 촉구.
정총리 임명자체를 「경악」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신민당은 26일의 개각은 노대통령이 초강경의 공안통치수법으로 앞으로의 정국을 중앙돌파식으로 밀고 나가겠다는 의지로 파악.
이 때문에 26일 오후 개각 발표가 있자마자 신민당은 박상천 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발표,이의 철회를 촉구했고 이같은 격앙된 분위기는 27일 오전의 당무회의로 그대로 이어져 대 정부 성토와 비난이 쏟아졌다.
김영배 총무도 이날 당무회의에서 『한마디로 실망스럽다』면서 『신임 김법무장관은 물러난 이종남 장관보다 더욱 강성인물로 노대통령이 더더욱 공안통치를 하겠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광옥 의원은 『우리가 바랐던 것은 공안인물의 퇴진이었다』고 전제,『그런데 오히려 공안인물이 들어섰다』고 정부를 성토.
민주당의 이기택 총재도 『민주 대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적 분노에도 불구,노대통령이 총리를 비롯한 강성인물로 내각을 부분개편한 것은 힘에 의한 공안통치로 장기집권을 달성하겠다는 저의를 전면화한 것』이라고 혹평했다.
야권의 이같은 태도는 광역선거에 이 문제를 계속 정치쟁점화해서 반사이득을 얻겠다는 선거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는게 일반적 관측이다.<김현일·정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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