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산동「고기」|푸줏간300곳 맛 따라 주문만 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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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머리에서 발끝까지, 등골에서 뼈다귀까지… 소·돼지에 관한 한없는 게 없죠.』
남부순환도로 독산동 인터체인지에서 시흥대로를 따라 나가다 코카콜라를 지나면 오른편으로 수백개의 고기집이 모여 북적거리는 골목길이 나온다.
이른바「정육백화점」으로 통하는 독산동 고기시장.
가락동 축협서울공판장·마장동 우성농역과 함께 서울의 3대 도축도매시장인 (주)협진식품을 중심으로 72년 이후 점차 형성돼 웬만큼 고기를 즐기는 사람들에겐 익히 알려진 곳이다.
정육점·부산물점으로 구별되는 중규모의 도매점만도 3백여개, 직접 고기요리를 파는 식당도 수십 곳에 달한다.
『무진장의 물량과 신선한 맛·저렴한 가격이 이곳의 자랑입니다.』
상인들의 친목단체인 협정회 이상환회장(43)의 PR이다.
산지 단위농협·중간상들에 의해 위탁출하 된 소·돼지가 일단 협진식품에서 도축돼 경매를 통해 도매점으로 팔려나가고 도매점은 주로 소매점·단골식당 등에 온갖 부위를 공급한다.
하루 유통량은 줄잡아 소, 돼지 6백 마리 정도.
정육도매점은 살코기를 부위별로 떠 팔며 부산물도매점은 머리·족·내장 등을 취급.
『최근에는 싼값과 선도에 매료된 일반고객들도 즐겨 찾고 있어요.』
현대상사주인 윤호진씨(50)는 특히 잔치 등「큰일」을 앞둔 가정에서 알뜰 쇼핑을 하러오는 일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질이 좋은 건 물론이고 돼지고기가 근당 2천5백∼2천7백원, 쇠고기 7천원선으로 시중정육점보다 30%이상 값이 싸다는 설명.
돼지고기 1백근을 사면시 중에서 사는 것보다 5만∼6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들 도매점과 함께 2층 짜리 대형에서 실내포장마차수준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식당들도 점심 무렵부터 밤늦게까지 붐벼「먹자골목」을 이룬다.
『막 도축된 신선한 고기에 온갖 부위를 다 맛볼 수 있으니….』본점 암소 한 마리 여주인 최현련씨(43)의 자랑.
최근 인기메뉴인「암소 한 마리」요리도 이곳에서 시작됐다고 덧붙인다.
등심·안심·제비추리·차돌박이·아롱사태·홍두깨살·등골·머리골·쓸개·콩팥·생간·지라·처녑·염통·토시살·갈비·꼬리·육회 등 20여가지가 한꺼번에 나오는「암소 한 마리」의 가격은 시중보다 1만원쯤 싼 3만원으로 네 사람이 포식할 수 있다.
이곳에선 결혼피로연등을 위한 고기음식을 직접 요리, 배달해주기도 하는게 특징이다.
업종과 규모가 다양하고 크다보니 일대에서 종사하는「고기가족」만도 수 천명.
그중 해머로 소의 머리를 내려쳐 죽이는「타격 공」과, 부위별로 시체의 각을 뜨는「골반 공」은 기술자로 통한다.
타격공은 또 한차례 해머질로 숨을 끊어 놓아야하며 특히「칼잡이」로 불리는 골반공은 소의 경우1시간, 돼지는 30분 정도면 부위별로 말끔히 해체시키는 솜씨를 요한다.
이 때문에 골반공은 80만∼1백만원의 월수입이 보장되나 최근 젊은이들이 이 같은 직업을 기피, 구인난을 겪고 있는 실정.
따라서 소 한 마리에 1만5천∼2만원(수입소는 3만원), 돼지 3천원씩을 받고 임시로 일하는 프리랜서(떠돌이) 골반공을 종종 고용하기도 한다.
『과거엔 백정이라 천대받았다지만 지금은 많이 버는 상인의 대명사』라는게 이 거리 종사자들의 자부심이기도 하다. 이들 전문가들이 설명해주는 부위별 고기용도는 특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장조림엔 엉덩이부분의 홍두깨살 ▲찜용으론 사태갈비 ▲국거리는 양지머리 ▲곰국은 사골뼈나 양지머리 사태 ▲육회는 앞다리의 뿌리살·꼬리살이 각각 제 맛을 내며 특등육인 안심은 국·찌개보다는 스테이크용으로 최적이라는 것.
서울시의 정책에 따라 머지않아 더 외곽으로 이전을 앞두고 있지만 최근 광명시에서 들어오는 하안대교가 개통, 교통이 편리해져 애식가들이 부쩍 늘고있는 불황을 모르는 곳이다. <한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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