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경제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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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강경대군 치사사건으로 촉발된 시위사태가 한달 가량 전국을 휩쓸고 지나갔다. 이번 시위시국은 각 재야단체가 참여한「폭력 살인 규탄 및 공안통치 종식을 위한 범국민대책회의」가 주도한 전국집회·가두시위와 강군 장례, 5·18등이 겹쳐 87년6월 민주화 항쟁 때와 비견될만한 상황이었다.
학생·시민. 재야 단체 회원 등·연인원 1백50만명(경찰추산70만4천2백명)이 참가, 4월26일부터 5월19일까지 24일간 전국을 강타한 6공 이후 최대규모 시위에서 우리사회는 사회·정치면에서 얻은 것도 있지만 시위진압·주도에 따른 엄청난 사회적 손실을 입어야 했다.
시위의 사회적 손실은 시위대나 진압경찰이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지 못함으로써 생기는「기회비용」과 시위의 파급효과로 생기는 정치·사회의 개혁과 행정개선 등「궁극적 이익」과의 교량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단순히 계산할 성질은 못된다.
그러나 올바른 시위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우리사회의 경우 과잉진압과 과격시위에 따른 명백한 피해가 발생하고 나아가 시위진압·주도에 드는 비용도 엄청나 무시할 수 없는「사회적 손실」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 37개시·군에서 30여만명(경찰추산 9만8천명)이 참가, 6공들어 최대규모를 기록한 18일 전국시위를 예를 들어보면 이날 하루 시위 진압에 든 비용은 겉으로 드러난 액수만도 어림잡아 총1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항목별로 보면 경찰이 쏜 최루탄 2만7천8백26발, 다연발탄 3백10세트의 가격이 모두 5억4천4백만원에 이르고 시위진압에 동원된 경찰5만5천6백여명에게 지급된 별도 간식비가 1인당1천원으로 5천5백60만원.
여기에 시위대에 의해 피습, 파손된 시설물이 서울 퇴계로2가 파출소, 마산 상공회의소 등 23개소로 수선비가 총3백60만원 정도로 추산되며 파손된 경찰 장비는 전경 수송 버스 2대 등 2백97점 2천3백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경찰은 추정했다.
특히, 이날은 곳곳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져 총2만5천개의 화염병과 8t트럭 30대분의 돌이 투척돼 이를 청소하느라 서울에서만도 청소원 1천2백75명과 청소차 85대, 물청소차 12대 등이 동원돼「시위쓰레기」를 치워야했다.
시위를 주도하는 입장에서도 돈이 들기는 마찬가지.
대책회의측은 이번 시위기간 중 강군 장례비 6천8백만원(추정치)과 유인물제작·식대·교통비등으로 4천만원을 합해 1억원정도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전국시위를 주도하는 역할을 했던 두차례 장례비용은 당초 명지대 총학생회측이 명지대측에 1억8천만원을 요구했으나 학교측은 5천5백만원만 지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이 요구한 장례비용의 내용에는 버스 24대 대여비, 만장 30개, 발전차 2대, 티셔츠 4천벌, 각목 1천2백개, 경호위원 2백명의 식사비, 무전기 10대 대여비, 운구위원 1백50명 비용 등이 포함됐다.
시위진압 비용은 최루탄 가격에 비해 경찰동원, 시설 및 장비파손, 청소에 따른 비용이 10%정도밖에 안돼 결국 최루탄 발사량에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올 들어 19일까지 경찰이 각종 시위에서 사용한 최루탄은 모두 18만6천여발 45억원어치인 것으로 나타나 총 시위 진압 비용은 이에 10%정도 가산된 50억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이는 직접 소요되는 경비일 뿐이며 인건비 등까지 계산하면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시위진압에 동원되는 전·의경 등 1백5개 경찰기동중대(1만2천6백여명)운영비만 연간 1백64억원에 이른다.
시위 진압 비용의 주종을 이루는 최루탄 사용 비용은 89년35억원, 90년52억원(10월말까지 44억원을 기준으로 추산)에서 올들어 최근 시위 사태로 급증한 것이다.
현재 경찰이 사용하는 최루탄은 사과탄으로 불리는 KM25(단가 1만3천6백93원), 고무뇌관인 KP(6천42원), 구리뇌관인 SY44(2만1천8백88원)와 다연발탄(세트당 54만9천9백93원)등 네종류.
이중 SY심는 87년 경찰이 쏜 최루탄을 맞고 숨진 이한열군 사건후 생산업체인 삼양화학이 생산을 중단, 재고품 등이 사용되고 있으며 점차 사용량이 줄어들고 있다.
치안본부관계자는『평화적인 시위일 경우 진압경비는 경찰 동원비용 정도밖에 들지 않는다』며『그러나 시위가 과격해지면 최루탄을 많이 쏠 수밖에 없고 특히 단가가 비싼 다연발탄을 쏘게돼 비용은 급증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시위 진압 과정에서 화염병 1개에 최루탄 1발의 1대1 대응이 이루어지는 추세를 보여 시위 진압 비용은 시위 인원수보다는 시위 양상에 비례하는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올 들어 지난 11일까지 사용된 최루탄은 12만2천여발이며 이 기간중 던져진 화염병은 12만8천개로 비슷한 수준으로 과격시위·과잉진압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최근·시위진압비용은 시위 양상뿐 아니라 진압방식의 개선, 새로운 장비 도입 등으로 크게 상승하고 있다..
우선 강군 사건 직후 경찰이 시위진압방식을 검거 위주에서 해산 위주로 전환키로 함으로써 최루탄 발사량이 크게 늘어나「시위단가」가 급증하는 추세로 1.5배 가량 늘어나는 요인이 되고있다는 것이 경찰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올 봄부터 시위현장에 동원된 물대포(워터캐논)등 최신 진압장비사용으로 실제적인 진압비용의 인상이·뒤따르고 있다. 물대포는 89년10월 이스라엘에서 대당 3억7천8백만원을 주고 부품을 구입, 아세아자동차에서 조립한 것으로 현재 서울시경 기동대에 두대가 배치돼있다.
그동안 물대포의 최루액이 인체에 피해를 준다는 우려 때문에 사용되지 못하다가 올봄 시위현장에서 부상피해가 적어 안전도가 높고 집단적인 시위대의 해산이 용이하다는 효용성이 입증 돼 본격적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이밖에 정부가 강군 사건 직후 문제가 됐던 사복 체포조(백골단)를 전·의경대신 2천명 규모의 일반 경찰로 대체키로 함으로써 연간 2백억원의 예산이 더 들어 그만큼 시위 진압경비도 가중된다.
과격시위·과잉진압으로 인한 사회적 경비는, 진압·주도과정에서 직접 소모되는 돈보다 부상피해·교통체증 등 간접으로 잃게되는 돈이 훨씬 많이 든다.
막대한 직·간접의 시위비용을 최소화하는 길은 올바른 시위문화 정착뿐 아니라 국민의 불만과 개혁욕구가 평화적 시위만으로도 원활히 수렴돼 정부시책에 반영되는 제도적 장치의 시급한 마련이라 할 수 있다.<제정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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