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수사 증거확보 시간벌기/명동성당 공권력 투입 지연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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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수배자 모두 검거해야하는 부담/“수사흔들리는 증거”전민련 고무
검찰이 전민련 강기훈씨(27)를 분신자살한 김기설씨 유서의 실제작성자로 단정해놓고도 강씨의 신병확보를 위한 명동성당 공권력투입을 미루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은 지난 20일까지만해도 『강씨가 자진출두를 거부할 경우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검거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강씨가 자진출두의사가 없음이 거듭 확인된 24일 현재까지 사전구속영장 청구나 공권력 투입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전민련등 일부에서는 『강씨를 유서작성자로 지목했던 검찰의 당초 판단이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니냐』며 고무되고 있으나 검찰은 『강씨가 유서작성자라는 판단은 변함이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결국 검찰간부들의 발언과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공권력 투입이 늦어지는 실제 이유는 ▲강씨가 유서작성 이상으로 김씨 분신자살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겠다는 수사팀의 의욕 ▲명동성당이 성역이라는 특수성 ▲강씨가 현재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돼 수배중인 전민련 공동대표 한상렬씨등 재야인사들과 명동성당에 함께 있어 공권력이 투입될 경우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점등 크게 세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서울지검 강신욱 강력부장검사는 이와 관련,23일 『강씨가 유서작성자라는 부분은 이미 수사가 끝난 상태』라며 『검찰은 강씨가 유서를 언제 어디서 작성했으며 김씨의 분신자살에 어느정도 개입했는지를 정확히 가려낸뒤 강씨를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부장검사는 또 『강씨가 유서작성사실을 전면부인하는 시점에서 강씨에 대한 조사는 별 의미가 없으며 오히려 강씨가 유서작성자라는 객관적 증거와 참고인진술 등을 확보한뒤 강씨를 검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강부장검사의 이같은 설명은 검찰이 강씨에게 유서작성은 물론 김씨 분신자살의 교사 또는 방조혐의를 두고 있으며 공권력투입을 늦추는 것은 이같은 혐의를 뒷받침해줄 증거나 증인을 찾아내기 위한 시간벌기 작전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 전재기 서울지검장도 23일 『현재 일부 국민들은 검찰이 전민련과 필적논쟁을 벌인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필적에 관한한 이미 수사는 끝난 상태』라고 밝혔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 20일부터 ▲김씨가 사용한 신나의 구입경위 ▲분신자살 전 김씨와 강씨의 행적등 분신자살의 전체적 부분을 파악하기 위해 광범위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불구,현재 명동성당 구내에 강씨와 함께 있는 전민련관계자등 수십여명의 수배자들을 어떻게 검거하느냐 하는 부분도 공권력투입을 늦어지게 하는 중요한 이유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전서울지검장은 『강씨의 검거는 명동성당에 있는 수배자들의 검거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며 『이 때문에 명동성당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것은 성당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여러가지 고려해야할 점이 많아 정부차원의 결정이 이루어져야할 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수배중인 재야인사 등의 검거 및 수사를 총괄지휘하는 대검공안부 관계자들은 『수배자들이 며칠째 명동성당안에서 활보하는 것을 언제까지 두고봐야만 할 것이냐』고 말해 공권력투입은 시간문제인 상태.
결국 강씨검거를 위한 공권력 투입시기는 정부가 수배중인 재야인사들을 「일망타진식」으로 검거하겠다는 결정을 언제,어떻게 내리느냐 하는 것과 맞물려 있다고 볼 수 있다.<이상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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