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병력 부족 해결 위해 예비군 2년 동원 제한 폐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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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 국방부는 이라크 사태로 인한 병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4개월로 묶인 예비군 동원 제한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AP통신이 11일 보도했다. 미국이 예비군 동원 제한 규정을 없앤 것은 2001년 9.11테러 이후 처음이다.

미 국방부는 지금까지 예비군(citizen soldier)을 전투에 동원하는 기한을 24개월로 제한해 왔다. 연방정부 소속 예비군과 주방위군 등은 이 규정에 따라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에 2년간 복무하면 다시는 전투에 동원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동원 제한이 없어짐에 따라 국방부는 소집 해제된 예비군을 2차, 3차로 소집해 전투에 동원할 수 있게 됐다. 피터 페이스 합참의장은 "이번 결정은 병력을 원활히 운영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조치"라며 "이라크 등에서 24개월간 근무를 마친 예비군이 2차로 동원될 경우 그 복무기한은 12개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가 예비군 동원 제한을 없앤 가장 큰 이유는 병력부족 때문이다. 당초'몇 주~몇 달'이면 끝날 것으로 예상했던 이라크전이 3년째로 접어들면서 추가로 차출할 수 있는 병력이 사실상 고갈됐다.

특히 지상군 병력 부족이 심각해 현역 육군과 해병대는 물론이고 지원병이나 훈련병 등 비전투요원까지 긁어모아도 그 규모가 65만5000여 명에 불과해 이라크(13만2000명), 아프가니스탄(2만 명) 등 전투지역은 물론 한국(약 3만 명) 등 기타 해외지역 배치 병력을 순환시키기에도 부족한 실정이다.

한편 미 국방부는 병력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지상군을 9만2000명가량 늘리겠다고 밝혔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이날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함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전날 밝힌 이라크 병력 증파 내용에 대해 공동 브리핑을 하면서 "육군과 해병대 등 지상군 병력을 향후 5년간 9만2000명 늘리는 방안을 부시 대통령에게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의 군사문제 싱크탱크인 CDI는 게이츠의 병력증강 계획과 관련, "미군이 병력을 9만2000명 증강하려면 이는 국방예산이 110억 달러가 필요하다는 얘기"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최원기 기자

◆미국 예비군=연방정부에 소속된 예비군과 주방위군이 미국 예비군의 핵심이다. 예비역 사병과 장교로 구성된 연방정부 소속 예비군은 전시에는 현역군에 투입돼 복무한다. 주방위군은 평소에는 각자 생업에 종사하다 매년 일정 기간 훈련을 받으면 된다. 미 국방부는 지금까지 예비군을 6개월간 미 본토에서 훈련시킨 뒤 이라크에 파견해 현지에서 18개월간 복무시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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