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주요 업종 외국인 투자 제한 "50% 넘는 지분 팔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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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새해 태국의 정치와 경제가 불안하다. 태국 정부가 9일 외국자본이 자국 주요 기업의 경영권을 보유하는 걸 제한하는 조치를 내놓으면서 주가가 폭락하고 외국인투자자들은 태국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연말 잇따라 터진 폭탄테러를 놓고 소모적인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외국자본 경영권 제한=9일 태국 내각은 1999년 제정된 '외국인 비즈니스 법'을 고쳐 주요 업종 회사의 경우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이 법안은 국가평의회(CS)로 넘겨져 최종 승인을 받은 뒤 이르면 다음달 실시된다.

법안에 따르면 전력.정보기술.농업 등 국가 안전과 관련된 산업, 자연자원과 문화 관련 산업에 대해서는 외국자본 지분이 49%로 제한된다. 그러나 서비스업종과 도소매업.보험.은행업 등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규제 대상 기업의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외국인은 앞으로 1년 안에 태국 상무부에 신고하고 초과분은 2년 안에 모두 팔아야 한다. 태국 정부는 현재 자국 내 50만 개 외국인 소유 기업 중 1만~2만 개가 그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국자본 이탈 조짐=프리디야손 데바쿨라 태국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외국인이 국가 핵심 산업에까지 경영권을 지배하는 경우가 많아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며 "이번 조치는 규제에 대한 범위를 확실하게 해 오히려 외국인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알려진 9일 현지 증시는 2.6% 하락해 최근 2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태국의 외국인상공회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는 불안한 정정을 악화시키고 외국인투자자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원칙 없는 규제 일변도 정책을 계속 내놓을 경우 외국인투자자들이 연합해 투자를 취소할 것"이라 경고했다. 연합회에는 태국 내 28개 외국인 기업 상공회가 가입돼 있으며 회원사는 1만여 개에 이른다.

야당인 민주당의 키엣 시치아몬 부총재도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국가신인도를 손상시키고 외국인투자자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섣부른 외환정책도 문제=이에 앞서 지난해 말 태국 중앙은행은 상품.서비스 교역과 무관한 2만 달러가 넘는 외환 유입액에 대해 30%를 무이자로 1년간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한다는 금융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이 조치 직후 주가가 급락하고 외국인투자자들의 비난이 잇따르자 태국 정부는 하루 만에 이를 철회했다.

◆테러 배후 놓고 공방 가열=지난해 12월 31일 수도 방콕에서 9건의 폭탄테러가 벌어졌으나 정치권은 배후를 두고 아직도 공방 중이다. 쿠데타 주역인 손티 분야랏끌린 '국가안보평의회' 의장은 최근 "정치 권력을 상실한 세력이 꾸민 작품"이라며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테러의 배후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에 머물고 있는 탁신은 남부 이슬람 분리주의 과격파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영국.호주 등은 최근 자국민들의 태국 여행 자제를 호소하고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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