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핫뉴스] 총알같은 볼트·너트를 전·의경에 쏘다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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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인터넷 토론장에 화염병과 최루탄이 오가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노동자대회 때문이다. 이 날 집회에는 화염병이 오랜만에 다시 등장했다. 시위 진압대를 향해 볼트·너트를 발사하는 새총까지 나왔다. 반면 경찰은 1998년 말부터 ‘무(無)최루탄 원칙’을 고수해오고 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정부와 경찰의 대응 방식을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최루탄은 물론 그 이상의 무기도 사용해야 한다는 과격파에서부터, 폭력 시위를 탓하기 앞서 정부의 책임을 먼저 따져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일단 노동자들의 주장에 동조하는가와는 별개로 그 폭력성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자신들의 자식이자 동생일 수도 있는' 전.의경들을 향해 살상무기를 사용한 '테러'였다는 것이다. 아이디가 'jiunhyok'인 네티즌은 "화염병이나 볼트.너트.새총은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등장할 수 없는 흉기"라면서 "이런 흉기들이 대량으로 사용되었는데 어떻게 그 시위를 이해해 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seigoo'라는 네티즌도 "강제적이고 물리적인 힘을 동원, 우격다짐으로 저만의 주장을 내세우다 보니 그 주장을 들어야 할 사람이나 제3자가 명분의 정당성을 짚어보기 전에 행위의 무도함에 분개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나아가 "총알과 다름없는 볼트.너트를 쏘아대는 것은 시위가 아니라 이미 전쟁"이라면서 "엄정한 대처로 우리 젊은이들과 사회를 지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의경 출신이라는 한 네티즌은 새총이 '신무기'가 아니라면서 "예전 어느 중공업 시위현장에서는 너트를 불에 달구어 놓았다가 쏘기도 했다. 20대 초반 어린 나이에 정치와 노동운동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그곳에 서 있으면 얼마나 무서운지 아는가"라며 분개했다. 9일 시위 진압대의 일원이었다는 네티즌은 "전우가 볼트에 쓰러질 때 난 이미 너희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아이디 '의경')며 시위 주도자들을 향해 극언을 퍼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시위의 폭력적인 부분만 침소봉대하고 있다며 정부와 언론을 꼬집는 의견도 있다. "폭력시위.폭력진압이란 외부적인 현상에만 휩쓸려 그것이 왜 발생했느냐는 문제는 전혀 생각지 않는 풍토가 한심스럽다"('독립운동')거나 "보수언론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노동자들의 죽음보다 시위대의 폭력성이 그렇게도 자극적이라고 생각하느냐"('언제까지')고 항변했다. '쯧쯧'이란 네티즌은 "폭력을 부르고 있는 것은 노무현 대통령"이라며 "화염병.새총 등 사람을 공격하는 시위대의 무기는 분명 잘못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시위를 진압하는 전경들이 젊은 혈기로 방패를 갈아 찍고, 차돌을 구해다 던지고, 나 몰라라 하는 상황에서 자위용의 무언가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감정적 대립 속에서 이성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네티즌들도 적지 않다. 최루탄 사용은 경찰을 더욱 시위대의 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얼마간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경찰이 더 참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세상이 변한 만큼 시위의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민주노총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도 올라왔다. "민주노총 간부님들, 전국의 모든 활동가님들! 1. 이제는 더 이상 힘을 분산하지 말고 집중할 때 제대로 집중해서 하나가 되도록 하면 안될까요? 2. 집회에서 술판 벌이지 않으면 안 되겠습니까? (중략) 5. 우리만의 집회와 시위 속에 매몰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이해하는, 그리고 참여를 유도하는 집회로 만들 수는 없나요? (중략) 8. 광화문으로 가자 성당으로 가자 하지 말고 그냥 하룻밤만 집회장소에서 앉아 있는 모습으로 시위를 하면 안될까요?"

김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