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신기한 스쿨 버스 저자들이 밝히는 우리 아이 과학 교육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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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번쩍'하고 헤드라이트가 켜지면 스쿨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마법에 걸린 스쿨 버스는 타임머신으로 변신해 공룡시대로 돌아가기도 하고, 티끌보다 작게 줄어들어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 수많은 아이가 스쿨 버스의 여정을 따라가며 흥미진진한 과학 세상에 빠져들었다. 상상력과 과학을 결합해 아동 과학서의 새 장을 연 '신기한 스쿨 버스'(비룡소)의 글쓴이 조애너 콜(63.(右))과 그린이 브루스 디건(62.(左))이 11번째 책 '아널드, 아인슈타인을 만나다' 발간을 기념해 한국에 왔다. 일생을 아동서를 만드는 데 바친 두 저자를 9일 리츠칼튼 호텔에서 만나 책 활용 방법과 과학 교육법을 물어봤다.

-유아가 읽기엔 너무 어려운데요.

"세 살과 여섯 살, 열세 살짜리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는 당연히 다릅니다. 책에 나와 있는 모든 걸 다 읽어내려고 끙끙댈 필요는 없어요. 이해가 되는 것만 읽고 넘어가도 됩니다. 몇 년 뒤에 다시 읽어보면 그전엔 몰랐던 것들도 알게 될 거예요. 한 살짜리 손자에게 책을 읽어주는 할아버지도 있더군요. 이렇게요. '버~스'."

-말풍선과 수업 노트, 본문이 뒤섞여 너무 어지러워요. 무엇부터 읽어야 하나요.

"어른들은 복잡하다며 불평을 늘어놓아요. 하지만 아이들은 뒤죽박죽.엉망진창을 좋아한답니다. 어느 것부터 먼저 읽든 상관없어요. 공통된 주제로 연결돼 있지만 각각 별개의 정보를 담고 있으니까요."

-아이에게 책을 잘 읽히려면 부모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모님이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아이가 좋아하면 그저 읽게 내버려 두세요. 우리는 즐거움을 주기 위해 이 책을 만들었어요. 즐기기 전에 지루함부터 느끼면 안 된답니다. '읽고 싶은 책'이어야지, '읽어야 하는 책'이 되면 곤란해요. 예컨대, 밑줄을 그으며 단어별로 분석하는 식으로 시를 배우면 지루함만 늘 뿐, 시를 음미하고 즐기는 여유를 잃어버리게 되잖아요.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배움 그 자체를 즐기고 음미하며 기쁨을 느끼도록 하는 거예요."

-여자 아이들은 아무래도 과학 과목엔 약하지 않나요.

"(조애너)저는 여자였지만 어릴 때부터 과학을 좋아했답니다. 혼자 뒤뜰에 나가 곤충이나 풀을 관찰하곤 했죠. 하지만 부모님들은 제가 여자라서 과학보다는 음악이나 미술을 좋아하길 바라셨어요. 하지만 결국 이렇게 과학책을 쓰고 있잖아요. 어른이 된 뒤에야 본격적으로 과학 공부를 할 수 있었으니 안타까운 일이에요. 성별은 중요하지 않아요. 신기한 스쿨 버스를 운전하는 프리즐 선생님도 여자라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어디까지가 상상인지,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헷갈려요. 지나친 상상력이 과학 공부에 방해가 되는 건 아닐까요.

"과학은 상상력에서 나옵니다. 과학의 기본은 '의문(Question)'이에요. 위대한 과학자는 한결같이 호기심이 많고 모든 것에 의문을 품었어요. 과학을 가르칠 때 암기를 강요하거나 문제 풀이만 시키는 건 상상력을 방해해 좋지 않아요. '사실(Fact)'과 사실의 나열에 그치는 과학 공부는 지루하잖아요. 우리는 사실들을 연결해 하나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중점을 뒀어요. 그리고 과학의 세계에서 '사실'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답니다. 여태 태양의 주위를 도는 행성은 모두 9개였는데, 최근에 과학자들이 명왕성을 제외하기로 합의해 8개로 줄었잖아요. '사실'은 '지금 현재 증명된 것'일 뿐, 새로운 증명 방법이 나오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세요. 물론 마법에 걸린 버스를 제외하고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모두 현재의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썼답니다."

-과학.역사.인문 여러 분야 중 무엇을 중점적으로 공부하는 게 좋을까요.

"어느 분야가 더 우위에 놓여 있다고 말할 순 없겠네요. 미국에서는 요즘 '기본으로 돌아가자(Back to Basic)'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답니다. 학부모들이 한동안 독서.수학 교육에만 전력투구했더니 아이들이 음악이나 미술, 문화 등 다른 분야에서 뒤처졌기 때문이지요. 전체적인 교양이 균형잡힌 상태에서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게 좋아요. 과학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아이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고 태어나요. 그 호기심이 메마르지 않도록 해줘야지요."

-책을 재미있게 활용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관심 있는 주제를 골라 '나만의 신기한 스쿨 버스' 책을 만들어 보세요. 각각의 페이지에 어떤 내용을 담을 것인지, 스쿨 버스를 어디로 가게 할 것인지를 상상하는 거죠. 스쿨 버스의 진짜 저자처럼 한 사람은 글을 쓰고, 한 사람은 그림을 그리는 것도 방법이랍니다. 아주 어린 나이라면 욕심 내지 말고 딱 한 페이지만 만들어도 충분해요. 어떤 아이들은 스쿨 버스를 타고 식물의 뿌리로 들어가서 잎으로 튀어나오는 이야기를 만들었더군요. 그렇게 직접 책을 만들면서 익힌 내용은 아마 절대 잊어버리지 않을 걸요."

글=이경희 기자<dungle@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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