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말자” 여권 정면대응/5월시국 가면 갈수록 팽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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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시위 호응없다 판단 강경입장 통일/정부/청와대 기류 눈치보며 돌파구 고심/민자/장외투쟁등 논의/신민/재야집회 적극 참여/민주 민중
강경대군 치사사건으로 시작된 긴장시국이 9일 재야·운동권과 야당의 「민자당 해체의 날」 연대시위로 절정에 이르고 있으나 정부측도 강경하게 맞서고 나서 가파른 대치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학생·재야의 시위와 야당의 내각사퇴요구에 절제된 반응을 보이던 정부측은 9일 국무회의에서 노재봉 총리가 사퇴요구 거부 및 법질서확립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하는 것을 계기로 강경대응으로 방침을 확정했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정부측이 평화시위보장등을 약속한 지난 4일 시위대가 한때 시청앞광장을 점거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강경대응으로 선회키로 내부방침을 확정한데 따른 것.
이에 따라 노대통령이 8일 밤 청와대로 당4역을 불러 내각퇴진 불가입장을 분명히 해 정부·여당내의 혼란된 시국대처 태도에 가닥을 잡고 이어 노총리가 입장표명하는 수순을 취했다.
노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강군 치사사건에 대한 유감표시를 한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추호의 흔들림이 없이 맡은바 임무를 성실히 하라』고 사퇴불가의 단호한 입장을 표명.
노총리는 불법시위에 대해서도 질서유지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처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
정부측이 강경하게 나서는 것은 학생·재야의 시위가 국민의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고 9일로 일단 고비를 넘길 것이라는 판단 때문.
○…노총리가 9일 국무회의를 통해 자신을 포함한 내각퇴진 불고려의사를 밝히기까지에는 청와대­총리실과 안기부 등 관계기관간의 긴급 시국대책협의가 있었다고 믿을만한 정부의 고위당국자들이 전언.
청와대·총리실·관계기관 등은 8일 신민당 김대중 총재와 민주당 이기택 총재가 기자회견을 통해 내각사퇴요구를 하자 노총리와 노대통령이 긴급히 만나 내각진퇴문제에 대한 입장천명을 하자는등 여러가지 대책을 논의한 끝에 이날 오후 삼청동 안가에서 긴급고위 대책회의를 열고 이를 반박하는등 정면 대응키로 방침을 확정.
이날 대책회의에서는 정부의 이같은 확고한 뜻을 전국적 시위전에 국민들에게 밝히기로 하고 9일 오후로 예정된 국무회의를 오전으로 앞당기기로 결정.
○…이와 함께 8일 저녁 노대통령도 당4역과의 만찬에서 야당의 내각총사퇴 요구를 『시국혼란에 편승한 정치공세』라고 일축.
노대통령은 이날 김윤환 총장·나웅배 정책의장·김종호 총무·김동영 정무1장관에게 『야당이 내각제를 포기하라면서 내각제하에서나 가능한 거국내각 구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무리 정치공세지만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했다는 것.
한 참석자는 『노대통령은 자신의 지속적인 민주화 추진을 무턱대고 깎아내리려는 식의 야당공세에 불쾌감을 갖고 있음을 느꼈다』며 『야당이 공안통치를 중단하라는데 공공안녕의 줄임말인 공안에 관심을 기울이지 말라는 것은 이치에 닿지않으며 문제가 있음을 노대통령이 지적했다』고 소개.
○…9일로 창당 1주년을 맞은 민자당은 해체를 촉구하는 재야 운동권과 야권의 연대시위,그리고 정부의 강경대응방침 사이에 끼여 시국에 대처할 특별한 묘방도 마련 못한채 속앓이만 하는 형세다.
김영삼 대표최고위원은 『복안이 있다』고 말해 11일로 예정된 노대통령과의 주례정례회동이 주목.
김대표의 「복안」은 노총리의 사퇴등 내각쇄신과 관련된 것으로 관측됐으나 8일 청와대 만찬에서 노대통령 내각퇴진 불가의사를 강하게 표시한 것을 고비로 후퇴하는 인상. 이와 관련,민주계의 한 의원은 『노대통령의 심정은 이해할 수 있으나 공안통치란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는 가시적 조치가 뒤따르지 않고는 정국돌파가 힘들 것 같다』며 김대표측의 고뇌를 간접 시사.
그래서 김대표의 「복안」이 무엇인지 한층 더 궁금해지고 있는데 ▲공안통치의 이미지 개선 ▲보안법 수정안 통과후 실질적인 혜택조치의 조기 단행 ▲경찰법 통과후 경찰위원회 활성화로 경찰중립의지 과시 등으로 예측.
김대표의 한 측근 의원은 『김대표가 생각하는 수습복안의 폭은 상당히 넓고 탄력성이 있을 것』이라며 『내각쇄신도 적극 검토해 볼 수 있지 않느냐』고 주장했으나 청와대 기류가 전해지자 입조심.
노대통령의 의중이 밝혀짐에 따라 민자당은 ▲내무장관 경질·노대통령의 사과표시 등 정치적 책임성격의 조치 ▲정부의 집회 시위관리 개선 등 제조적 재발방지책 발표에 이어 ▲개혁입법의 수정안제시 등 단계적인 수습조치의 윤곽속에서 사태를 전정시킨다는 입장을 야당측에 통보한다는 입장.
민자당은 총장·총무 등 대야 창구를 통해 노대통령의 의지를 전달하고 내각사퇴,노대통령의 민자당 총재직사퇴,거국내각 구성 등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설명키로 했다.
○…김대중 총재의 기자회견을 통해 내각총사퇴와 거국내각구성 등 강도높은 정치공세를 폈던 신민당은 9일의 민자당 해체요구 국민대회와 때맞춰 일단 정치공세의 고삐를 잠시 늦춘 채 이날 오전 9시 최고위원 간담회를 갖고 이날 대회대책과 정부·여당의 반응에 대한 대책을 논의.
간담회는 일단 이날 대회에 소속국회의원과 중앙당 및 시·도지구당의 당직자들이 참석키로 하고 서울의 경우 오후 5시 의원간담회 후 국회에서 오후 6시 시청앞대회에 참석키로 결정.
그러나 김총재등 당수뇌부는 대회에 참석하지 않고 당대표로 이우정 수석최고위원을 참여토록 결정.
최고위원들은 간담회에서 전날 청와대 회동에서 노대통령의 야당측의 요구를 정치공세로 몰아붙이며 거부의사를 밝힌데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정부가 끝까지 국민의 뜻은 거역하지 못할 것』이라며 장외투쟁 방향등 앞으로의 대책을 숙의.
○…민주당은 9일 ▲민자당 해체 ▲정권퇴진 투쟁불사의 초강성 방침에 따라 이기택 총재를 비롯한 소속의원 당직자 5백여명이 오후 6시 시청주변 한곳에 집결,재야와 함께 집회에 참가키로 결정.
이총재·이부영 부총재·이철 총장 등 의원·중앙당직자 2백여명은 전날부터 노재봉내각 사퇴와 민자당 해체를 요구하는 1박2일의 철야농성을 당사에서 벌인데 이어 이날 오전과 오후 두차례에 걸쳐 「민자당을 해체하라」는 내용의 민주당보 10만부를 시내에 가두살포하는등 「전의」를 내보였다.
민중당도 중앙당과 수도권 지구당위원장 및 당원 5백여명을 동원키로 하고 시내 한곳에 집결지를 정했으며 「노정권 퇴진」「민자당 해체」를 구호로 채택.
이우재 상임대표는 10일 기자회견을 갖고 민중당의 장기대책을 밝힐 예정.<박병석·정순균·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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