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음반시장에 'M&A 행진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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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인터넷 시대의 최대 피해자 중 하나로 꼽히는 세계 음반회사들이 살아남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인수.합병(M&A)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 최대인 유니버설뮤직은 11일(현지시간) 드림웍스의 음반 부문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거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소식통들은 인수 금액을 1억달러선으로 내다봤다. 드림웍스는 1994년 스티븐 스필버그.데이비드 게펜.제프리 카첸버그 등 3인의 거장이 손잡고 만든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그동안 주로 영화제작에 초점을 맞춰와 음반사업은 부진했었다.

지난 6일엔 소니뮤직과 독일의 복합 미디어그룹인 베텔스만이 양사의 음반사업을 합병키로 하고 의향서를 체결했다. 양측이 50대 50의 지분으로 '소니 BMG'라는 새 음반회사를 만든다는 것이다. 영국의 EMI와 미국의 워너뮤직의 합병건도 굳어져 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M&A마저 성사되면 세계 5대 음반 메이저들은 3강 체제로 재편된다. 음반사별 세계시장 점유율(지난해 기준)은 유니버설이 25.9%로 1등이고, 그 뒤를 소니뮤직(14.1%).EMI(12%).워너뮤직(11.9%).BMG(11.1%)가 따르고 있다.

세계 음반업계는 현재 10년래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인터넷을 통한 불법적인 음악유통으로 CD 매출 등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국제음반산업연맹(IFPI)에 따르면 지난해 음반 판매액은 전년보다 7% 줄어들어 10년래 가장 적은 3백20억달러에 그쳤다. 이런 부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 9월 유니버설뮤직은 가격전쟁을 선언했다. 지난달부터 미국 내 CD 소매가격을 최대 31% 인하한 것이다. 에미넴 등 랩과 리듬&블루스 가수들의 인기를 등에 업고 미국 시장을 32%나 차지하고 있는 유니버설이 이번에 라이벌의 기를 완전히 꺾어버리겠다며 초강수를 동원한 것이다.

여기에 맞서 경쟁사들은 합병으로 대응하고 있다. 소니뮤직은 BMG와의 합병으로 연간 50억달러의 매출을 겨냥한다는 복안이다. 이보다 훨씬 앞서 합병 소문이 돌았던 워너뮤직과 EMI도 더 이상 결정을 늦출 수 없는 상황에 몰리고 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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