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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투노동자 가세 시국긴장 고조/투신사건 파장 어디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부검 강행하자 온건노동자도 격앙/한자리 인상 불만이 정권규탄으로
강경대군 상해치사 사건과 대학생들의 연쇄 분신사태에 이은 한진중공업 노조위원장 박창수씨(31) 투신자살사건은 대학생들에 의해 주도되어 온 「5월투쟁」에 임투를 맞은 노동자들을 본격적으로 끌어들임으로써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박창수씨 사망사건이 벌어진 직후 전노협·대기업 연대회의 등 6개 노동단체로 구성된 「고 박창수 위원장 옥중살인 규탄 및 노동운동 탄압분쇄를 위한 전국노동자 대책위원회」가 9일 전국적으로 전개될 반 민자당 규탄대회 및 전대협의 동맹휴업에 때맞춰 전면파업에 들어가기로 한 것은 투쟁역량을 결집,정부당국의 「노동운동 탄압」에 일대 타격을 가하는 한편 이번 임투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노협 등은 당초 각 사업장에서 임금협상이 늦어짐에 따라 10일까지 쟁의발생신고를 내고 냉각기간이 끝나는 20일께 전면파업에 들어가도록 계획을 세워놓았으나 박씨 사망사건과 같은 결정적 계기가 나타난 이상 투쟁일정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또 학생·재야단체 등도 군중동원 등 투쟁역량이 뛰어난 노동단체들의 가세에 크게 고무되어 있어 5월의 긴장시국은 갈수록 고조될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박씨가 연대회의의 주축을 이루던 노조의 위원장이었으며 다른 노조(대우조선)의 파업투쟁 지원방안을 논의키 위한 수련회 참가때 구속됐었다는 점에서 전국 각 사업장에서 큰 동요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노동계는 이미 7일 오후 박씨에 대한 강제부검 과정에서 수백명의 노동자들과 경찰의 충돌로 감정이 격앙되어 있는 상태며 상경한 한진중공업 노조원들과 대우자동차 노조원들은 곳곳에서 농성을 벌이며 투쟁열기를 북돋우고 있다.
울산 현대그룹연합 노조간부들의 경우 이 사건 직후 비상대표자회의를 열고 전교조 울산지부 사무실에서 농성을 벌였고 대구투본 소속 노조원들은 계명대에서 규탄집회를 갖는 등 심상찮은 조짐이 속출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재 각 사업장의 임금교섭 과정에서 정부·기업측의 강경한 한자리수 임금인상 고수방침의 벽에 부딪혀 분노를 느끼고 있는 온건노조원들이 이에 가세할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재야는 물론 종교계·학계에서 잇따라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도 정권규탄 열기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은 노동자들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관점에서 9일의 규탄대회는 5월투쟁의 최대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군 사망 대책회의」는 이 대회에서 이제까지 강군사건을 계기로 「폭력정부」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형성시키며 「백골단 해체」등 부분적 개혁을 요구하던 소극적 자세에서 본격적인 정권퇴진 투쟁으로 선회,주목을 끌고 있다.
대책회의는 또 이번 대회에서 물가폭등·수질오염 등 환경문제·국가보안법 등 각종 악법 등을 집중 부각시켜 현정권의 무능과 실정을 폭로하며 나아가 집권당인 민자당의 탄생 배경과 본질,강군을 죽음으로 내몬 공안통치를 규탄하고 궁극적으로 정권의 반민주성을 집중적으로 거론할 계획이다.
학생·재야·노동계 등 거의 모든 투쟁세력이 총 가세할 9일 집회는 일반시민들의 호응도와 동원 군중수에 따라 그동안 상대적으로 수세에 몰렸던 각 세력의 활동범위를 넓힐 수 있느냐의 잣대가 되는 한편 12일께로 예정된 강군 장례식,5·18 등으로 이어질 5월 정국의 판도를 가름할 주요변수가 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김동균·고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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