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인종 우대정책 철폐 이후 … 미국 명문대 '아시아계 대약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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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명문대학에 동양인이 넘쳐난다. 최고 주립대학의 하나로 꼽히는 UC(캘리포니아대) 버클리대의 지난해 신입생은 46%가 아시아계였다. 캘리포니아주 인구의 12%에 불과한 아시아계가 이 대학 신입생의 절반가량을 차지한 것이다. 다른 명문 사립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신입생 가운데 스탠퍼드대는 24%, MIT는 27%가 아시아계였다. 뉴욕 타임스(NYT)는 7일 아시아계 약진과 이에 따른 적정 비율 논란을 심층 분석했다.

◆눈부신 아시아계 약진=명문 주립대에서 아시아계의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캘리포니아주. UC 버클리대와 8개의 다른 UC 캠퍼스를 통틀어 계산해도 아시아계 신입생 비율은 37%에 이른다. 다른 주보다 아시아계 인구가 많은 데다 10년 전 인종별 쿼터에 따라 신입생을 선발하는 '소수인종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이는 여건이 불리한 흑인.히스패닉의 권익 증진을 위해 공립학교 입학과 공무원 채용에서 인종별 쿼터를 두는 제도다. 그러나 학업 성적이 뛰어난 아시아계에겐 오히려 입학생 한도를 정하는 것 같은 장애물로 작용했다. 그러다 1997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텍사스.플로리다.미시간주가 인종별 쿼터를 폐지키로 결정, 족쇄가 풀리게 됐다.

◆"아시아계 너무 많아"=아시아계 독주가 두드러지면서 이들이 흑인.히스패닉 등 다른 소수계의 자리를 빼앗고 있다는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UCLA의 경우 4809명의 신입생 중 흑인은 100명에 불과했다. 이는 97년의 절반으로 33년 만에 가장 적다. 이 때문에 "인종별 쿼터제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아시아계 학생들은 부모들의 요구에 따라 로봇처럼 수학.과학만 집중하는 공부벌레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NYT는 보도했다. 이와 관련, 명문대 입학에 성공한 동양계 학생의 95%가 양친 또는 부모 중 한쪽이 유교적 전통이 강한 아시아 국가에서 태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아시아계 차별 없애야"=반면 아시아계는 대학입학 심사에서 인종적 이유로 차별받고 있다며, 되레 지금보다 더 많이 입학시켜야 한다는 반론도 많다.

성적순으로만 뽑으면 아시아계가 지금보다 훨씬 많이 들어간다는 논리다. 명문대들은 공식적으론 입학 사정에서 인종별 고려는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럼에도 내막적으로는 성적이 좋은 아시아계에게 불리하게 심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미 '기회평등센터' 연구에 따르면 미시간대 응시생 가운데 아시아계의 평균 학업적성시험(SAT.우리의 수능시험에 해당) 점수는 흑인보다 240점, 히스패닉보다 140점이나 높은데도 합격률은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계 합격률은 54%였지만 흑인은 71%, 히스패닉은 79%였다. 어쨌든 애리조나.콜로라도.미주리.네브래스카 주에서도 소수인종 우대정책이 철폐될 가능성이 적잖아 동양인의 명문 주립대 석권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전망이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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