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아빠 앗아갔나요”/박상하 사회부기자·대전(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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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 아빠를 누가 빼앗아 이땅속에 묻었나요.』
3일 오전 10시 대전국립묘지 순국자 묘역을 눈물로 적신 최봉규군(9·부산 대연국교 4년)의 몸부림은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들의 절규이자 이제는 그쳐야 할 온 국민의 비극이기도 했다.
꼭 2년전 오늘 부산 동의대 사태때 부하직원 6명과 함께 목숨을 잃은 고 최동문 경위(당시 36세)의 외아들 봉규군.
당시 순직한 경찰관가운데 최경위가 유일한 기혼자로 부인 심양자씨(36)와 외아들 봉규군을 남겼을 뿐 다른 6명은 젊음의 꿈도 채 펴보지 못한채 쓰러져 간 20대 초반의 나이였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어리광을 부려볼 겨를도 없이 아빠를 잃고만 그는 『엄마랑 계룡산에 놀러가자』던 아빠가 밉다고 울먹여 추도객들의 가슴을 메이게 했다.
7명의 순직 경찰관 유가족들과 당시 진압중대장이었던 안문웅 경감등 경찰관 3백여명이 참석한 추도식에는 동의대사태당시 시위주동을 한 학생대표 박세진(27·전주교도소복역중)·김태현(29·공주교도소복역중)씨의 어머니 권귀순(63·부산시 범일동 663의 5)·정숙자(50·부산시 반여동)씨등이 함께 나와 유족들과 슬픔을 나눠 눈길을 끌었다.
어린 봉규군의 절규에 유족들은 물론 추도객들도 눈시울을 적셨고 『누가 이 어린가슴을 짓이겨 놓았는가』하는 통한의 표정이 저마다의 얼굴에 역력했다.
『아무리 불러봐도 대답없는 고귀한 영령들이시여,구천에서나마 길이 명복을 누리소서….』 누군가 목멘 소리로 읽어 내리는 추도사를 들으며 참석자들은 이땅에 더이상의 비극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눈을 감은채 두손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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