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의견>
학교 중앙 현관을 들어서면 근사한 액자 속에 들어 있는 어린이헌장이 오늘따라 발길을 잠시 멈추게 한다.
「모든 어린이는 차별 없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니고, 나라의 앞날을 이어나갈 새사람으로 존중되며, 바르고 아름답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한다」는 서문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오는 것은 어린이날을 며칠 앞둔 까닭일까.
교실 뒤에 마련된 분실함은 언제나 아직도 새것에 가까운 학용품들로 채워져 있다.
어린이 회의 시간을 통해 주인 찾아 주기를 하지만 끝내 주인을 잃어 버린 물건들이 처리하기 곤란한 만큼 쌓인다. 볼펜 깍지에 몽당연필을 끼워 쓰던 우리의 어린 시절과 비교해 보면 요즈음 아이들은 무척이나 물질의 풍요 속에서 살고 있다.
매년 어린이날이 되면 부모들은 고민한다. 별로 부족할 것 없는 아이에게 특별한 기쁨을 전하려면 아무래도 예상치 못했던 고가품의 선물, 그리고 혼잡한 인파 속에 녹초가 될지언정 야외로의 진출, 이어지는 근사한 저녁 식사, 아무리 고민해도 이 정도의 계획이 대부분인 것 같다.
어느 날을 정해서라도 아이들에게 하루쯤 잘해 주어야 할 필요가 없을 만큼 평소 부모의 사랑과, 물질이 풍부한 요즈음이다. 오히려 뜻깊은 날이 되도록 행사를 계획해 보아야 할 것 같다.
도와주고 싶었던 친구나 이웃을 위해 부모와 함께 선물을 준비하거나 초대하는 일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계획은 우리의 아이가 이웃에 대한 애정을 지닐 수 있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과 실천이 평소에 준비되어야 하는 일이긴 하나 뜻깊은 행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시험과 과외활동에 억눌려 마음껏 놀 수 없었던 아이들에게 친구들과 모여 자축 행사를 꾸밀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일도 좋을 것 같다.
선물 또한 부모가 아이에게 평소 하고싶었던 이야기를 편지글이나 녹음을 해서 준비하는 것도 생각해 봄직하다.
어린이날은 어른들을 반성하게 하는 날이기도 하다. 우리의 아이들이 올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필요하다는 것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고영주씨(서울 방일국교 교사)전문가>
불우 친구 초대 등 뜻깊은 행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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