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에 한글 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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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일제의 모진 탄압에도 불구하고 겨레 사랑의 실천적 노력으로 우리말·글을 지켜 오며 연구·보급에 앞장서 온 연세대 출신의 김윤경·이윤재·최현배 선생 등을 추모하고 한글 사랑의 정신을 일깨우기 위한「한글 탑」이 연세대 구내에 세워진다.
탑 건립은 지난해 3월21일 우리말 연구에 큰공을 남겼던 외솔 최현배 선생(1894∼1970) 의 20주기 기념식 석상에서 연세대 황원구 문과대 학장을 비롯한 문과대 교수들이 고인의 우리말 연구에 남긴 업적을 기리기 위한 기념 조형물을 교내에 세우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같은 해 10월4일 김석득 대학 원장·황 문과대 학장·이상섭 한국어 사전 편찬 실장 등 원로 교수들이 중심이 된 연세 한글 탑 건립 추진주비모임을 결성, 박영식 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첫 모임을 갖고 탑의 제원과 기금 마련 방법 등을 논의했다.
1차적으로 문과대 교수 일동 명의로 발의된 한글 탑 건립 안은 11월 전체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투표에서 54%의 찬성을 얻어 건립이 확정됐다.
연세대 측은 올3월 한글 탑 건립을 위한 7인 건축 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산하에 모금소 위원회·모형소 위원회를 두어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탑 건립에 소요되는 2억여 원의 예산은 모금소 위원회가 동문회·교수 등을 중심으로 모금키로 했다.
또 탑의 모양·내용 등은 모형소 위원회가 각종 국내 기념탑의 현지답사 및 서적 연구를 통해 이 달 중 최종 확정, 전문가에게 조각을 의뢰키로 했다.
연세대 측은 가장 중요한 탑의 위치는 도서관 앞·문과대 앞·1백주년 기념관 앞·대학 본관 앞 등 네 군데를 검토한 끝에 연세인 모두가 항상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도서관 앞 백낙준 전 총장 동상의 맞은편으로 잠정 결정했다.
연세대측은 모금이 완료될 오는 7월쯤 탑의 건립에 착수, 10월9일 한글날에 맞춰 준공키로 했다.
또한 탑의 성격에 있어 단순 기념물을 탈피, 한글의 우수성과 조선어 학당 사건 등 한글 운동 정신을 최대한 살리는데 초점을 둔다는 의미에서 연세대가 배출했거나 연세대에 몸담으면서 한글 연구·수호에 평생을 바친 한결 김윤경(1894∼1969)·최현배·장지영(1887∼1976) 선생 등 국어 학자들의 업적·한글 발전사 등을 상세히 탑에 기록할 예정.
김 대학 원장은『조선어학회 사건의 핵심 인물이 당시 대부분 연세대 교수들이었고 국내 최초의 한글 가로 신문인「연세 춘추」를 발행한 연세대 구내에 한글 탑을 건립케 됨으로써 한글 사랑 정신이 젊은 대학생들에게 널리 확산될 것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탑의 건립 취지를 강조했다.
김 대학 원장은 또『갈수록 잊혀져만 가는 한글의 소중함이 이번 한글 탑 건립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도 점차 뚜렷이 인식돼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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