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 승엽이 수술 관계로 절을 못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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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남 승엽이 무릎 수술을 한 관계로 절을 하지 못합니다.’

한국야구위원회 하일성 총제가 7일 이승엽 모친이 안치된 대구 파티마병원 영안실에 조문을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병원을 빠져나가고 있다. 영안실 엘리베이터 안에는 이승엽이 무릎부상으로 절할 수 없음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7일 이승엽(31·요미우리)의 모친 고 김미자씨 빈소인 대구 파티마병원 장례식장 입구에 붙은 양해의 글이다.

김씨는 5년간의 뇌종양 투병 끝에 지난 6일 새벽 58세를 일기로 숨을 거뒀다. 빈소에는 각지에서 조문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승엽은 지난해 10월 왼 무릎 관절경 수술을 받은 뒤 아주 조심스럽게 재활 훈련을 하고 있다. 하루에 수십 번 절을 할 처지가 아니다.

사전 양해까지 구했지만 이승엽은 문상객을 서서 맞이하지 못했다. 특히 연배가 높은 스승과 지역 인사들이 올 때는 무릎 통증을 참고 큰절을 했다. 지난 5년 동안 투병 중인 어머니에게 아들의 성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에서다.

마침 6일은 이승엽의 5주년 결혼 기념일이었다. 축하 인사 대신 위로를 받으며 온전치 못한 무릎으로 힘겹게 상주 노릇을 하는 이승엽의 모습은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 지난해 10월 왼무릎 수술을 한 이승엽이 7일 대구 파티마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모친 빈소에서 무릎을 꿇은 채 조문객을 맞고 있다. 대구=임현동 기자

빈소를 찾은 선동열 삼성 감독은 무릎을 꿇고 자신을 맞은 이승엽에게 “무릎이 좋지 않은데 일일이 조문객과 맞절을 해서 되겠는가. 간단히 목례로 대신 하는 것이 좋겠다”고 걱정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이승엽도 가능한 한 무릎을 굽히지 않으려 했지만 어른이 오면 자신도 모르게 절을 했다. 이를 지켜보던 이승엽의 트레이너 오창훈 세진헬스클럽 관장도 “상을 치르는 것만으로도 힘이 드는데 절까지 하니 큰일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끝까지 예의 있게 조문객을 맞았다.

6일과 7일 빈소를 찾은 조문객 수는 헤아리기도 어려웠다. 의형제인 방송인 김제동과 선 감독 이하 삼성 선수단. 김재하 단장 이하 삼성 구단 직원들을 비롯해 김성근 SK 감독. 이만수 SK 수석코치. 백인천 전 롯데 감독. 최태원 SK 코치. 김기태 전 SK 코치 등이 찾아 이승엽을 위로했다. 박노준 SBS 해설위원. 이용철 KBS 해설위원도 자리를 함께 했다.

↑ 7일 이승엽과 김제동이 이승엽 모친이 안치된 대구 파티마병원 영안실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구=임현동 기자


멀리서 보낸 조화도 100개 가까이 됐다. 기요다케 요미우리 사장. 하라 요미우리 감독과 요미우리 선수회뿐만 아니라 전 소속팀이었던 지바 롯데에서도 조화를 보냈다. 평소 절친한 박찬호·강호동을 비롯해 여러 야구인과 지역사회 인사. 연예계 사람들까지 조의를 표했다.

대구=김식 기자 [seek@jes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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