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장밋빛 베트남 펀드 '가시' 를 조심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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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베트남 펀드의 '홍수'다. 지난해 3월 말 한국투신운용이 사모펀드를 출시하며 시작된 베트남 펀드 붐은 해를 넘겨서도 식을 줄 모른다.

농협CA투신운용은 최근 베트남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를 내놨다. 지난해 6월 말 나온 한국운용의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1'은 한 달만에 설정액이 500억원을 돌파했다. 또 지난해 11월 적립식 투자가 가능한 베트남 펀드가 나오기도 전 인터넷 재테크 카페에선 "언제 출시되느냐"는 문의가 쇄도했다.

국내에서 베트남 투자 펀드들의 총 설정액은 이미 5000억원을 넘어섰다. 베트남을 새로운 고수익 투자처라고 믿고 '묻지마' 투자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대박'의 기회도 있지만 '쪽박'의 위험도 있다. 제로인 우현섭 연구원은 "베트남 증시 지수조차 모르면서 남들 따라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베트남 증시는 우선 규모가 작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시가총액은 5253억원(당시 환율로 환산), 상장 종목수도 39개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달에만 120개 기업(시총 7조원 규모)이 상장하는 등 지난해 연말 195개 종목에 시총도 12조원대로 갑자기 불어났지만 여전히 증시 전체 시총이 국내 거래소 시총 10위 기업인 KT(약 13조원)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외국인 투자는 49%까지 가능하다. 은행 업종은 투자 비중(30%)이 더 제한돼 있다.

이런 상태에서 투자자금이 밀려들다 보니 살 종목을 찾기 힘들다. 지난해 11월 설정한 한국운용의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2'는 5일 현재 37억원어치만 주식을 샀다. 비상장 주식에 투자하기 때문이라지만 설정액(1242억원)의 3%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상장주식에 투자하는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적립식혼합1'도 설정일 이후 한 달 반이 지나도록 설정액의 3분의 1만 주식을 사들였다. "자산의 90% 수준으로 투자.운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투자설명서와는 거리가 있다.

환매 시 유동성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현재 호찌민 거래소의 경우 하루 2시간 동안 세 차례 거래가 이뤄질 뿐이다. 상.하한가 폭도 5%로 제한돼 있다. 한국월드와이드베트남혼합2의 투자설명서에는 "거래량 부족으로 주식 매도가 되지 않을 위험이 있으며 이 경우 자산 현금화에 차질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변동성도 문제다. 2006년 초 300선대 초반이던 호찌민 거래소의 VN지수(코스피지수에 해당)는 그해 4월 말 632.69까지 급등했다 8월 초 4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유혹하는 대박 신화=베트남 투자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대박' 가능성이다. 2006년 초 307포인트에서 시작한 VN지수는 그해 12월 800선을 돌파하더니 5일 현재 816.51로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상승률이 160%를 웃돈다.

글로벌 금융사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메릴린치는 "인구의 68%가 30세 미만이며 문자해독률은 94%로 아세안 10개국 중 가장 높고, 소비증가율도 20%를 웃돈다"며 베트남을 '10년 투자 대상(ten-year buy)'으로 평가했다.

현재 베트남 정부는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독려하고 있다. 이들이 상장하면 베트남 증시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또 외국인 투자한도는 올해 100%로 확대될 예정이다. 한국증권 오재열 중화시장분석팀장은 "한국과 일본계 자금을 빼고도 전 세계적으로 조성된 베트남 펀드는 19억 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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