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마다 기량 "펄펄"|신들린 현정화 라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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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현정화가 눈물겹게 분투하고 있다.
국내대회에서 팀 동료 홍차옥에게 번번이 밀리며 이제 한물간 게 아니냐는 평을 낳던 현정화가 남북단일 코리아 여자 팀의 에이스로 연일 7천만겨레에게 승전의 기쁨을 안기고 있는 것이다.
현은 헝가리와의 준결승에서 단·복 3게임을 모두 이겨 결정적 수훈을 세우는 등 5일 동안 매일 두 차례씩 모두 10경기에 출장, 단식에서 13전승, 복식에서 8전승 등을 거두는 놀라운 성적을 냈다.
내용 면에서도 단·복식각각 한 세트만을 내주는 완승으로 73년 사라예보 제패 당시의 주역 이에리사씨는『공격시의 타점과 연결능력이 절정에 달해 마치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파김치가 된 현은『몸은 힘들지만 마음만은 어느 때보다 가볍다. 꼭 우승해 남북한 7천만 겨레에게 영광을 바치겠다』고 야무지게 말한다.
스타의 진가는 어려움 속에서 빛나게 마련이다.
복병 헝가리와의 준결승에서 유순복이 첫 단식을 빼앗기고 두 번째 단식에서 현은 세트스코어 1-1의 팽팽한 상황에서 18-15로 뒤져 자칫 무너지기 일보직전의 절대절명의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현은 헝가리 워스의 강력한 드라이브를 야무진 송곳스매싱으로 역습, 한 점 한 점을 따내 극적인 역전승을 연출해『과연 현정화』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너야말로 진짜 선수다』현이 네 번째 단식에 출전, 유럽 최고의 파워드라이브를 구사한다는 바토르피(세계 랭킹 8위)에게마저 듀스접전 끝에 승리를 따내자 좀처럼 흥분하지 않던 조남풍 지도 원(코치)까지 격앙된 목소리로 현을 끌어안았다.
기도하는 현정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현은 이곳에서도 매일 아침6시면 어김없이 아침 기도를 올린다.
『부디 하나 된 통일 탁구팀에 힘을 주소서』더 이상의 간 구가 있을 수 없다.
단식에서의 부진으로 최근 복식경기에서만 기용되고 있는 이분희가 혹시라도 마음 상해할까 봐 현이 기울이는 마음 정성은 각별하기 이를 데 없다.
땀흘린 이분희의 얼굴을 닦아주고 실점이라도 할라치면『괜찮다』고 등을 두드려 사기를 북돋운다.
이분희는 이제『정화 없이는 복식경기를 못할 것 같다』고 털어놓는다.
현정화 역시 이분희의 러버 뒷면이 자신과 같은 핌플(돌기)로 돼 있어 이의 백커트나 푸시공격이 마치 자기가 한 것 같아 그 다음 연결공격이 쉽고 왼손잡이인 이분희 이기에 상대적으로 복식에서 움직임의 폭이 넓어져 타점감각을 되찾는 계기가 됐다며 고마워한다.
『샤팅(으샤 파이팅)』다부진 현정화의 파이팅이 코리아 여자 팀을 결승에 끌어올린 것이다. 【지바=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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