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자욱… 눈 따갑고 가슴답답/원진 작업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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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근로자 반발로 특별점검 불발
노동부는 원진레이온에 대한 작업환경 특별점검이 직업병 방지대책 보장을 요구하는 일부 근로자들의 반발과 협조거부로 이틀째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한국산업안전공단·대학교수·노동관계자 등 13명으로 구성된 특별점검반은 27일 오전 작업환경측정에 들어가려 했으나 이 회사 방사과 근로자 2백여명이 『회사측이 점검에 대비,작업장내의 공기배출기를 평소와 달리 전부 가동시키는등 사전조치를 취해 점검의 의미가 없다』며 작업을 거부하고 본관앞에 모여 농성을 벌이는 바람에 환경측정작업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작업장 환경이 평소상태가 됐을때 작업하겠다』며 정부측에 ▲1차검진 이상 소견자에 대한 산재요양 승인 ▲전근로자에 대한 역학조사 실시 ▲유·무해부서 구분 철폐 ▲작업환경개선에 대한 근본대책 마련 등 7개항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점검반원들이 시설점검차 둘러본 방사과 작업현장은 낡은 기계의 배기통에서 새어나오는 유독가스로 50m 전방조차 안보일 만큼 부연 상태였으며 송기식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눈이 맵고 가슴이 답답해 견딜수 없을 정도였다.
또 공기공급파이프는 완전히 녹슬어 있었고 일부 기계와 마룻바닥에는 실찌꺼기·기름 등이 엉겨붙어 있는 등 몹시 지저분했다.
점검반 일원인 윤명조 한국환경의학연구소 소장은 『기계가 낡아 유독가스가 많이 새어나오는 것 같다』고 했고 고려대 의대 김광종 교수는 『방사기들의 노후도로 볼때 더이상 가동이 불가능한 상태』라며 『현 기계로는 더이상 중독을 막을 방법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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