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임금 협상 방향 가를 "태풍의 눈"|서울버스 파업 배경과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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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시민의 발을 볼모로 한 서울 버스노조의 전면파업 결의는 올 상반기 임금협상이 진행중인 택시 등 전국 각 사업장에 회오리바람을 일으킬지도 모를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때문에 서울시·경찰 등은 이번 버스파업을 쟁의발생 신고를 거치지 않은 불법 파업으로 규정, 파업 주동자는 구속 수사한다는 초 강경 대응책으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노조 측은 버스파업 결의는 조합원의 총 의에 따른 것이 라는 명분을 내세우면서 사용자측이「임금15%인상」등 요구조건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전면파업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기에 사용자측은 적자 경영을 이유로 한자리수 인상방침을 고집하고 있어 26일 중 극적 타결의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전면파업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이에 대비, 25일 버스파업에 따른 비상대책회의를 소집, 러시아워 때 지하철 운행시간 단축, 개인택시 부제운행 해제, 공무원·국영기업체·금융기관 직원의 출근시차제 확대 등 수송대책을 마련했으나 이를 통한 수송능력은 전체수송 수요의 70%에 그치고 있어 전면파업이 강행될 경우 시민들은 승차전쟁으로 곤욕을 치르게 됐다.
더욱이 부산버스 노조도 서울버스와 연대해 27일부터 전면파업을 결의, 버스파업 사태는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지난2월7일 이후 여덟 차례나 계속된 서울버스 임금 협상이 결렬된 근본적인 원인은 지난해 8월의 버스업체 분규 때 노사간에 이루어진「91년 임금 인상률 잠정합의」가 정부의 중재로 이루어진 응급조치였기 때문.
노동부·서울시 등은 당시 노사간 입금협상 결렬로 노조 측이 전면파업을 결의하자「90년 분으로 10·2%를 우선 인상시키고 91년2월부터 9·66%를 추가 인상한다」는 중재 안을 제시, 노사합의를 유도하고 급한 불을 껐었다.
또 사용자측에는 이 중재 안을 수용하는 조건으로 버스요금 인상을 약속하고 지난2월 이를 이행해 일반버스 요금 21·4%(30원), 좌석버스17·5%(70원)를 각각 올려 줬다.
그러나 노조 측은 당시 잠정 합의된 임금인상률은 올 물가상승률 등을 도외시한 것이라며 3월말 현재 전년 동기대비 물가 상승률이 11%인 점등을 들어 최소한 15%는 인상시켜 줘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한국노총이 밝힌 4인 가족 최저생계비(87만5천4백64원)의 70% 수준에 그치고 있는 버스 운전기사임금의 현실화를 위해서는 ▲보너스 1백%추가 지급(현 3백%) ▲근속수당 2백% (4만5천 원)인상 등 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
반면 사용자측은 지난해 8월의 노사간 잠정합의는 중앙노사 교섭 회의를 거쳐 양측 대표가 서명 날인한 합법적인 합의라며 노조 측에 합의사항 이행을 촉구하는 한편「보너스 1백%추가지급」을 제외한 나머지 요구조건은 수용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또 지난2월 버스요금이 인상됐으나 임금 9·66%를 인상할 경우 요금 인상 분 전액을 임금으로써도 인건비 증가 액을 충당할 수 없다는 것이 사용자측이 주장하는「지불능력부족」 논리.
그러나 노조 측은 지난 2월 요금인상으로 사용자측은 운전사 1인당 월 24만원씩을 지급할 수 있는 추가재원을 확보했다면서 임금을 15%인상시킬 경우 추가지급액은 15만원 선에 불과하기 때문에 사용자측의 지불능력 부족논리는 허구라며 반박하고 있어 지난해에 이은 또 한차례의 정면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임금 협상을 둘러싼 버스업체의 노사분규가 만성 고질병처럼 해마다 재발되는 것은 버스업체 재무구조의 구조적인 허약성 때문이다. <김석현·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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