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50억원 승용차 운반' 현장 검증 檢·권노갑씨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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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비자금 2백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 대한 재판에서 변호인과 검찰 측이 현장검증 방식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지난 재판에서 權씨 측 변호인은 "현대 측이 한번에 현금 40억~50억원씩을 다이너스티 승용차에 실어 김영완(해외 체류)씨 측에 전달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며 상황 재현을 요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현장검증을 하기로 결정했었다.

11일 서울지법에서 열린 權씨의 속행 공판에서 변호인 측은 ▶돈이 전달된 요일.시간대인 토요일 오후에 현장검증을 해야 하며▶계동 현대사옥에서 압구정동까지 모든 구간을 운행하고▶주행속도는 시속 60km 이상이어야 하며▶2억원이 든 상자 25개를 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토요일 오후 사람이 붐비는 압구정동에서 거액을 전달하기가 어려우며▶상자가 많을수록 차에 싣기가 힘들어지고▶5백~6백kg에 이르는 현금의 무게 때문에 시속 60km 이상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고려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검찰 측은 반대했다. 돈 전달 시점을 토요일로 단정할 수 없으므로 평일로 하고 ▶현금 2억원과 3억원이 담긴 상자 20개 정도를 실으며▶일부 구간에 대해서만 속도 제한 없이 차를 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금 상자가 모두 차 안에 들어가지 않거나 승용차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검찰 측의 기소 내용은 신뢰성을 잃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현장검증에 대한 양측의 의견을 검토한 뒤 방법과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權씨 측은 지난주 고혈압 등을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한 데 이어 이날 재판부에 보석 신청을 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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