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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서기실 사생활·비자금 관리 '숨은 실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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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한이 발표한 공식 서열로는 권력 핵심을 파악하기 힘들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인 전현준 박사는 "형식상 국가원수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쩔쩔매고 있다"며 "북한에서 사람.돈.정책을 움직이는 실세를 알려면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공식 서열은 50위 바깥이나 김 위원장의 곁에서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정일 서기실의 숨은 실세들=서기실에는 강상춘 실장과 5명 안팎의 부부장, 수십 명의 과장.지도원이 근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 기능보다 사생활.비자금과 관련한 보좌 기능이 더 크다.

그중 김충일 부부장은 ▶외교부 1부부장 ▶선전선동부 대외담당 1부부장 ▶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을 역임했다. 유창한 외국어 실력과 판단력, 세련된 매너를 갖춘 데다 밤늦게까지 일에 몰두하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신임이 각별하다고 한다.

이수영(일명 이철.71세) 스위스 주재 대사는 20여 년째 대사직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외교부가 아닌 서기실 소속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그는 1970년대 후반부터 김 위원장의 비자금 계좌 관리를 맡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기실장과 부부장들은 모두 조직지도부 부부장이라는 공식 직함을 사용하며, 이명제(이명재).이성복.강상춘 등이 서기실장으로 근무했다고 한다(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책자 중에서).

◆당.군의 다크호스들=당의 돈줄을 쥔 임상종 38호실장, 이봉수 재정경리부장도 거물급이다. 임 실장은 통치자금을 운용한다는 관측이 있다.

이광호 당 과학교육부장은 국가과학원장을 역임한 과학기술 엘리트 출신이다. 불과 48세에 지난해 당 부장급으로 발탁됐으며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2001년), 중국 방문(지난해 2월) 시 수행단에 끼였다. 허명욱 35호실(사회문화부) 부부장은 당내의 4대 대남 공작부서(35호실.대외연락부.작전부.통일전선부) 중 하나를 사실상 맡고 있다. 90년대 초 김 위원장이 대남 부서 간부 중 다섯 손가락에 꼽을 만큼 인정받았다. 군에서는 군수 경제의 실무를 맡은 주규창 당 군수공업부 1부부장이 거물에 속한다.

전진수 평양위수사령관, 김원홍 보위사령관, 김정각 인민무력부 부부장, 김명국 108기계화군단장도 신임이 두텁다. 김명국은 몇 년 전 총참모부 작전국장 시절 이봉원 당시 총정치국 부국장의 모함을 받았으나 김 위원장은 거꾸로 이봉원을 추궁했다는 일화가 있다.

◆젊어지는 내각과 대남 부서=36개 부서를 거느린 내각에선 요즘 젊은 층이 많이 발탁되는 추세다. 그중 김광린(57) 국가계획위원장은 장래 총리감으로 꼽힌다. 이주오 경공업상.석군수 임업상은 40대 후반에 기용됐다. 남북 대화 테이블에 나오는 최승철(50) 아태평화위 부위원장, 권호웅(47) 내각 책임참사도 주목할 만하다. 김영대(일명 김영호) 사회민주당 위원장은 범민련 북측본부 부의장 등을 겸임하고 있다. 그럼에도 각종 행사 시 주석단 서열 25위 안에 들어가는 독특한 인물이다.

◆특별취재팀=이양수 팀장, 채병건·정용수·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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