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첫 내한공연 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앙드레 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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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요한 슈트라우스의 후예’ 라는 별명을 얻으면서 전세계 무대를 달구고 있는 네덜란드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앙드레 류(55)가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순회공연에 나선지 올해로 25주년을 맞는다.

내년 5월 첫 내한 공연이 예정돼 있는 그를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에 있는 그의 전용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영화배우 멜 깁슨을 연상시키는 얼굴에다 훤칠한 키가 무대에서 충분히 돋보일 만한 외모다.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로 2시간 30분 걸려 도착한 마스트리히트는 30분이면 독일 아헨과 벨기에 리에주에 닿는 국경 도시다.

-'요한 슈트라우스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배경은.

"벨기에 브뤼셀 왕립음악원을 졸업하고 림버그 심포니에 입단했지만, 평범한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평생을 보내고 싶진 않았다. 아내에게 다른 일을 하지 않으면 죽는 게 차라리 낫다고 얘기했더니 돈은 내가 벌 테니 당신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당시 살롱음악 붐과 함께 6인조 앙상블 '마스트리히트 살롱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했고 그후 40여명의 단원을 모았다."

앙드레 류의 아내 마조리는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쳤으나 남편의 '사업'이 번창하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아예 재정담당 매니저로 나섰다. 장남 마르크(24)는 미술사를 전공했고, 차남 피에르(22)는 음악을 전공한 후 프로덕션 매니저로 아버지의 일을 돕고 있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후예'라는 표현이 마음에 드는가.

"무대에 서면 내가 전생에 요한 슈트라우스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음악에는 삶의 멜랑콜리와 즐거움이 잘 배합되어 있다. 요한 슈트라우스는 당시 '록스타'와 같은 인기를 누렸다. 클래식을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것도 그와 같은 심정이다."

앙드레 류는 방송 출연을 제외하고도 1백50회의 공연을 한다. 숙식 가능한 대형 버스에 단원들을 싣고 무대와 의상.악기를 실은 트럭으로 유럽 대륙을 누비며 다닌다. 3년 전엔 이곳에 음반 녹음까지 가능한 전용 스튜디오와 작업실.대형 창고를 마련했다. 오케스트라 단원 40명을 비롯해 무대 스태프.녹음 인력 등 1백50여명의 '식구'들이 매일 이곳으로 출근한다. 창고에는 무대 세트와 샹들리에 등 소품이 박스에 가득 담겨 있었다.

-공연이나 앨범 녹음 때 곡을 고르는 기준은.

"요한 슈트라우스의 왈츠만 연주하는 게 아니다. 한번 들어서 금방 느낌이 오는 곡이면 어떤 음악이든 좋다. 청중에게 즉각적으로 눈물과 미소를 자아내는 음악 말이다. 선곡은 물론 편곡도 내가 직접 하는 것이 오래 버텨온 비결인 것 같다. 그렇다고 클래식을 레게 리듬에 맞춰 연주하지는 않는다. 어릴 때는 팝뮤직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바이올린 연습만 했다. 토셀리의 '세레나데'를 처음 접했던 것도 장인이 소장했던 희귀 음반을 통해서다."

앙드레 류는 지휘자를 따로 두지 않고 직접 바이올린을 연주하면서 음악을 이끌어간다. 연주 중간에 곡목에 얽힌 에피소드도 들려주고 웃음을 자아내는 농담도 한다. '프롬 홀랜드 위드 러브''내 사랑 비엔나''슈트라우스 파티'등 10여장의 히트 앨범을 낸 그는 올해 25주년 기념 앨범 '로맨틱 패러다이스'를 발표했다.

영화음악 '늑대와 함께 춤을' '셰르부르의 우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등 귀에 익은 명곡뿐만 아니라 '솔베이지의 노래' '호프만의 뱃노래' '꽃의 왈츠' 등이 담겨 있다. 감미롭고 애절한 바이올린 선율이 음악을 이끌어가는 편곡이 대부분이다.

마스트리히트(네덜란드)=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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