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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주역들 어디서 뭘 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4·19, 그날의 주역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부정 선거에 항의하는 학생·시민들의 자연 발생적인 시위로부터 시작돼 독재 권력의 타도에 이른 4월 혁명에서 특정한 몇몇 사람들을「주역」으로 부르기에는 물론 어폐가 있다.
그러나 그 해 봄「혁명」의 불길을 댕기고 시위에 앞장섰던 세력은 젊은 학생들이었고 그들을 일러「4·19세대」라고 한다면 그 학생들의 반 독재 민주화 운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아 이름이 드러난 사람들을 주역으로 불러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당시 20대 풋풋한 젊은이였던 그들은 한 세대를 넘어 31년이 지난 이제 모두 50대의 노년에 접어들었다.
4·19에 주도적으로 참여했거나 그 직후의 계승발전 운동에 적극 참여한 주역들의 현주소를 더듬어 본다.
◇정계=변절시비가 치열한 부분이다. 주역 중 36명 정도가 여당의원·지구당 위원장 급에 진출했었고 19명 선은 야당에 몸담고 있다.
4·19세대 중 45명은 10월 유신 직후인 72년 11월『새 역사창조의 장엄한 대열에 불퇴전의 결의로 흔쾌히 참여한다』는 성명을 내고 상당수가 여권에 진입했고 일부는 5공 창설 때 참여했다.
정계 진출 자를 대학별로 보면 고대의 것 시위 때 선언문을 낭독했던 이세기 정경대학생위원장은 11, 12대 민정당 의원과 통일원·체육부 장관을 지냈고 결의문을 낭독했던 이기택 상대 위원장은 야당 6선 의원을 기록하며 현재 민주당 총재다.
선언문을 작성했던 박찬세씨는 박 대통령 공보비서관을 거쳐 통일 연수원장으로 있고 이재환씨는 11대 민정의원·국회사무 총장을, 조남조씨는 11, 12대 민정의원을 역임했다. 김중위씨는 사상계 편집장으로 있다가 12대 민정의원·당 부대변인을 거쳐 13대 지역구의원이며 정재원씨는 11, 12대 야당의원, 강경식씨는 12대 국민당 의원, 문정수씨는 2선의 야당 의원이었다가 3당 합당으로 민자당의원이 됐다.
서울대의 선언문을 작성한 이수정씨는 기자·MBC 전무를 거쳐 6공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맡고 있고 거사를 주도한 황선필씨는 청와대 대변인과 MBC사장을 지냈다. 문리대 대의원회의장이었던 안병규씨도 기자·국보위를 거쳐 11대 이후 계속 여당의원이고 이영일·염길정·정 남씨는 11, 12대 민정의원이었다가 13대에는 나란히 낙선했다.
강우혁씨는 충북지사·청와대 정무 수석을 거쳐 13대에 진출했고 이태섭씨는 과기처·정무장관을 지낸 3선 의원이었으나 수서 사건 2억 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 수감 중.
박 실씨는 기자 협회장을 거쳐 2선의 신민당 의원이며 교수인 이수인씨도 신민당 의원이 됐고 김광일씨는 인권 변호사로 있다가 현재는 민주당의원.
이흥록씨도 인권 변호사이면서 최근 신민당 부산 진갑 위원장을 맡았고『김형욱 회고록』 으로 유명한 김경재씨는 신민당 보 편집 위원장을 맡고 있다. 서울대 출신으로는 또 두 차례 옥고를 치른 김정강씨가 신민당 당무위원이 됐으며 이종률씨는 유정회 의원·정무장관 등을 지냈고 골수 야당이던 김덕룡씨가 3당 합당으로 민자의원이 됐다. 또 민주당 의원인 박찬종씨, 3선 민자의원 오유방씨, 민자 부대변인 조용직씨, 주 오스트리아 대사 이장춘씨 등 이 있다.
연대의 경우 정창화씨는 3선의 여당의원이 됐고 김영삼씨 보좌관으로 출발한 김봉조씨는 민자당의원으로 활약중이다.
부산대의 김정수씨는 야당의원을 거쳐 현재 보사부장관이며 윤석순씨는 중앙정보 부를 거쳐 의원·총리 비서실장을 지냈다.
동아대 총 학생회장이었던 서석재씨는 민주당 사무총장 시절 동해시 선거 후보 매수 사건으로 구속되기도 했으며 현재는 무소속의원을 같은 학교 출신 박관용씨는 3선의 야당의원이었다가 민자당으로 옮겼다.
경북대 이치호씨는 3선의 여당의원이고 전남대 출신 신기하씨는 변호사를 거쳐 2선의 신민당 의원, 같은 대학 출신 유인학씨(교수)는 초선의 신민당 의원이 됐다. 재야에서 오래 활동한 전북대 출신 전대열씨는 민주당 서울 노원 을 지구당 위원장이며 경희대 정동성씨는 4선 여당 의원에 체육부의 관운을 누렸다.
◇학계=한대 유세희, 연대 안병영, 경희대 양성철, 이대 박충석, 서울대 조동일·김진균·신용하, 부산대 하일민 교수 등 이 4·19및 그 직후 국민 계몽 운동에서의 맹장 출신이다.
4월 혁명 연구소에서 연대 오세철, 계명대 강대인, 성대 이대근, 경희대 전기호, 숭실대 이삼열, 중앙대 신상웅, 경남대 조영건, 신구 전문대 김준기 교수 등 이 활동하고 있다. 4·19를 마무리한 교수시위 참여자는 2백58명 대부분이 작고하고 고대 명예교수 조용만 박사(82) 등 10여명만 생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정회 의원 등 여권 생활을 거친 특이한 경력의 인사는 배재대 대학원장 이성근 교수, 산업 연구원 윤 식 박사(서울대의 대표적 주역), 국민대 김영조 교수가 있다.
◇재야=서울대 수의과대 학생회장이었던 이우재씨는 농민 운동 등 줄기찬 재야운동을 벌이다 민중당 상임 대표를 맡았고 출판 운동을 벌여 온 서울대 출신 정동익씨는 민주언론 운동 협의회 대표다.
재야 인사는 지속적인 탄압으로 긴 고난의 세월을 산 사람이 적지 않으며 서울대 법대 출신인 심재택(말지 발행인), 황건(번역 업)씨 등 이 대표적 예다. 변호사로는 안동일·이재후씨 등이 있다.
정치권력에 의한 최대의「피해자」는 인혁당 사건으로 75년 사형 당한 이수병씨(경희대) 라고 일부 4·19세대들은 말하고 있다.
◇경제계=연대 학생 위원장 유영철씨는 동아건설 사장으로, 성대의 조세환씨는 대전 피혁사장으로 있는 등 재계 및 자영업에도 많이 진출해 있다. 4월 회에는 조정민 라이프 그룹 부회장, 플라스틱 조합 이사장 이 웅씨 등 이 가입해 있다.
◇문화 예술계=성대 출신 김승균씨는 재야운동을 하면서 일월서각을 운영해 왔고 언론인 유근일씨, 소설가 박태순·김국태씨 등 이 4·19세대다. 시인 김지하씨는 최근 대학시절 자신이 4·19에 기여한바 없다는 양심 선언을 했지만 그 정신을 호흡하고 계승시키는 문인임에 틀림없다.
미술계의 오경환·주재환·손장섭·이 반씨 등도 4·19 미술 인이다.
◇부상자=당시 동성고 3년 김 모씨 등 4명이 31년째 정신병동에서 신음하고 있고 척추 부상을 한 김호성씨(52·인천)는 휠체어를 탄 장애자 양궁 대표선수다. <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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