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떡나무 만드는 이상희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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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한동안 잊혀진 듯 했던 색떡이 최근 전통혼례식 등에서 가끔씩 선보여 반가움을 느끼게 한다.
색떡은 옛날 사대부 집안에서 혼인·회갑 등 경사가 있을 때 큰상 옆에 노랑·빨강으로 물들인 떡으로 꽃나무를 만들어 장식용으로 사용했던 호사중의 으뜸으로 치던 것이었다. 이 색 편을 만드는 솜씨를 지닌 사람은 이상희씨(65·인천시 주안4동).
『어려서부터 보아 왔던 것이고 시어머니가 워낙 색떡을 잘 만들어 집안의 경사 때마다 도맡아 하셔서 옆에서 거들며 배운 거지요.』
단아한 한국 여인의 품위를 간직한 이씨는 17세 되던 해에 사대부 가인 남양 홍씨 집에 시집와 엄격한 시어머니에게서 음식 솜씨를 전수 받고, 색떡 만드는 법을 어깨너머로 배웠다.
색떡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지가 않다.
먼저 멥쌀가루를 익반죽하고 식용 물감을 들여 갖가지 색깔을 만들어 놓는다. 이 색떡반죽으로 십장생, 떡, 버선, 고추 등 장식 떡을 조그맣게 만들어 서로 붙지 않도록 송편 찌듯 시루에 쪄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장식용 색떡은 나뭇가지에 붙여 꽃나무를 만들어 완성하게 되는데, 이때 사용할 나무는 보기 좋은 나뭇가지 몇 개를 모아 철사로 묶어 모양을 낸 뒤 놋쇠 화분에 고정시켜 준비해 놓아야 한다.
색떡은 나무에 철사 등을 이용해 빽빽이 붙여야 예쁘고, 특히 신부 큰상용의 경우에는 원앙새와 복 주머니를 장식하고 아들을 많이 낳으라는 의미로 고추를 장식하기도 한다.
1∼2cm되는 꽃 모양 등을 일일이 손으로 빚어야 하는 일이 수월치 않아 어지간한 색떡을 만들려면 하루는 꼬박 잡아야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색떡은 모양이나 색깔이 변질되지 않아 1년 이상 가지만, 오래되면 윤기를 잃기 때문에 큰상 차리기 2∼3일전에 만드는 것이 좋다.
색떡 뿐 아니라 서울·경기지역 사대부가 상차림에도 정통한 이씨는 88올림픽 당시 개최됐던「식문화 5천년 전」에 사대부가의 큰상을 거뜬히 차려 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때 큰상 앞에 장식한 색떡이 일반에게 알려져 알음알음으로 혼례용 색떡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아 만들어 주기 시작, 요즘은 많을 때는 한달에 3건 정도씩 부탁을 받는다.
『생화가 흔한 요즘 세상에 색떡을 찾는 것이 이상해 보이지만, 전통을 살리려는 뜻이 있는 것 같아 반갑다』고 이씨는 얘기한다.
이씨는 홍순형씨(68·전 국민은행 공주 지점장)와 사이에 장성한 3남2녀와 손자·손녀 8명을 두고 아직도 시어머니(93) 수발을 들고 있는 전통적 한국여성상을 보여준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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