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주택대출 문턱' 더 높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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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민은행이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3일부터 주택담보대출에 총부채상환비율(DTI) 40%를 지역.집값과 관계 없이 일괄 적용하기로 했다. 이로써 국민은행 고객 중 소득이 적거나 소득을 입증하기 어려운 사람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기가 어려워졌다. 이는 새로 집을 사면서 그 집을 담보로 넣을 때만 적용된다. 구입한 지 3개월 이상 된 기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할 경우엔 DTI가 아닌 담보인정비율(LTV)이 기존 규정대로 적용된다.

그동안 DTI 40%는 투기지역과 수도권 투기과열지역의 6억원 이상 주택을 새로 구입할 경우에만 적용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19일 금감원이 "부채비율 400%, DTI 40%의 고위험 대출에 대해 상시 감시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한 이후 나온 금융권의 첫 후속 조치다. <본지 2006년 12월 20일 3면>

국민은행은 이번 대출 제한 조치의 시한을 '별도 통보시까지'로 밝혔다. 은행의 대출 위험 관리에 일정한 성과가 나타날 때까지 DTI 40% 규제 조치를 당분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은행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은행들도 조만간 국민은행의 조치를 뒤따를 것으로 금융계는 예상하고 있다.

국민은행 개인소호여신부 임병수 부장은 "지난해 10~11월 집을 계약했던 실수요자들의 대출 수요가 12월에 몰린 데다 다른 은행의 대출 제한에 따른 풍선효과까지 나타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 제한 강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수요자면서 상환능력이 분명한 사람들에게는 대출이 차질없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은행은 이와 함께 금리가 높거나 만기가 닥친 다른 은행의 대출금을 갚기 위해 빌리는 '대환 대출'도 제한하기로 했다.

다만 대출금액이 5000만원 이하거나 DTI 40% 이내인 경우 정상적으로 대출 승인을 할 예정이다. 또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과 국민주택기금도 종전대로 대출해 줄 계획이다.

국민은행의 DTI 40% 규제가 시행되기 전인 2일에는 하루 동안 대출 신청을 마치려는 사람들로 창구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병수 부장은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늦게 각 지점으로 공문을 보냈기 때문에 기존 대출 신청자 중 아직 대출예약이 완료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며 "창구의 혼선을 막기 위해 규제 시행일을 3일로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2일 대출을 신청해 예약이 완료된다면 종전의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다"고 말해 2일 영업시간 중 신규 접수를 거부하지는 않을 것임을 밝혔다.

다른 은행들도 조만간 국민은행과 유사한 DTI규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은 지난달부터 일부 지점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DTI 확대 적용을 실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18일부터 은행연합회와 각 은행 담당자들이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DTI규제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우리은행도 2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2%포인트 인상하는 등 주택대출 제한 강도를 높인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는 0.7~2.0%포인트에서 0.9~2.2%포인트로 높아진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출 승인권 본점 이관, 우대금리 폐지, 가산금리 인상 등 다양한 방안을 구사했음에도 대출 잔액이 크게 줄지 않아 은행들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총부채상환비율(DTI) 40%=연간 상환하는 대출금과 이자의 합계가 연소득의 40%를 넘지 않도록 규제하는 것. 금융회사가 담보물의 가치와 관계없이 대출받는 사람의 빚 갚을 능력을 기준으로 대출심사를 하기 위해 적용하는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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